천재라는 수식어에 대해


미술사에서 거론되는 작가들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 중 하나는 아마 ‘천재’일 것이다. ‘천재’라는 표현에는 대상에 대한 최고의 찬사와 존경의 뜻을 함께 드러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 마음은 대부분 순수한 뜻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을 강조할 때도 ‘천재’라는 수식어를 바친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다른 이들에게 소개할 때 찬사를 바치고 싶어하는 마음은 순수하다. 이런 순수함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때로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살다보면 누군가를 칭찬하며 함께 공감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상황이 생길 때가 있다. 예술을 소개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영화를 보고와서 친구에게 추천할 때 우리는 그 영화가 왜 좋았는지에 대해 짤막하게나마 그 이유를 덧붙인다. 하다못해 블록버스터 영화를 “다 때려부숴서 속이 다 시원하다”는 식으로 간단한 이유라도 첨부해준다. 그럼 상대방은 그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것이고 본인 취향을 기준삼아 영화를 볼지, 안볼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재위 590-604)는 당시 종교미술을 두고 우상숭배냐, 제례도구냐를 두고 오랜 세월에 걸쳐 답을 내릴 수 없던 논쟁에 대해 그림은 문맹자에게 책과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가 있다. 당시 성경은 히브리어, 라틴어로만 작성되었기에 대다수가 문맹이었던 중세인들에게 그림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우리 대다수가 문맹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영역에서만큼은 대다수가 문맹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개발논리, 경제 우선주의에 예술, 문화가 뒤로 밀려난 탓이다. 심지어 우리들의 입은 “문화, 사회, 경제, 정치”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더 익숙할 정도이니 그만큼 문화는 언제나 뒷전이었고 그 중에서도 알아야 즐길 수 있는 예술은 더더욱 뒤로 밀려나있었다. 그래서 미술은 부연 설명이 필수이며, 역사라는 맥락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온 미술사 속 거장, 대표 작품들은 더더욱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미술사라는 거대한 미술의 흐름에 존재감을 보인 작가들은 그들을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가 많은 학자들에 의해 명료하게 밝혀져 왔다. 따라서 나는 그들에 대해 설명할 때 ‘천재’, ‘천재적’이라는 수식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때로는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과 노력이 결여되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늘 이런 기준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살다 보면 가끔은 이러한 과장도 필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삶이 유연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과장된 수식어는 뺄 수록 그 가치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으며, 또 이렇게 하는 것이 진지하게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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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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