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근대미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을 때만 해도 근대라는 시기는 언제나 내 관심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 고미술만이 풍길 수 있는 고아함도 없고, 그렇다고 아주 현대적이지도 않은 과도기적인 어설픔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조선시대 사람이 댕기머리를 한 채 양복을 입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암울한 시절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내 관심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데 한 몫을 했다.


오랜 세월동안 미술사학계에서 근대를 도외시하는 분위기 역시 근대미술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였다. 지금은 근대미술이 점차 부각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근대보다는 조선시대 후기 회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8, 19세기 작품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 ‘조선 문예의 르네상스’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18세기에 문예가 크게 번성했고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 이왕이면 찬란했던 시절을 자신의 전공으로 삼고 싶어하는 마음도 18세기 연구 집중화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학문 트렌드는 조선시대와 근현대 연구의 분절을 가져왔다. 주요 학회마저 나뉘어져 서로간의 교류가 끊긴지 오래다. 심지어 활발히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누군지 서로 모를 정도이다. 미술사라는 전공을 함께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미술사학자와 미술비평가가 완전히 구분되는 것처럼 근대 이전은 미술사학자, 근대 이후는 미술비평가들을 주축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미술사와 미술비평은 언뜻 보기에 비슷해보이지만 서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기에 다른 분야이다. 구분하기가 꽤 어렵긴 하지만 이렇게 보면 된다. 미술사는 역사적 맥락을 만들어가며 미술작품을 근거로 제시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추한 것 모두 같은 중요도로 대한다. 항상 역사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작품의 아름다움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 물론 걸작, 미적 가치가 높은 작품은 설정하지만.

반면에 미술비평은 감상자에게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아름다운 부분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작품에 대한 평가, 판단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평가는 물론 시간이 흐르면 후대 미술사 연구에 의해 높이 평가될 수도, 무시당할 수도 있다.

지난 20세기에 근현대미술은 미술비평의 영역에서 자주 다루어져 왔다. 미술비평이 동시대 작품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미술사는 고미술을 연구대상으로 삼아왔다. 근현대라 할 수 있는 20세기는 아직 미술사에서 다루기에 이른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가 되고도 20 여 년이 흐른 지금은 슬슬 미술사에서 근대미술을 다룰 때가 온 듯하다. 말 그대로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미술사에서도 근대미술이 자주 다뤄지고 있다. 학술지 논문 뿐만 아니라 학위 논문의 주제로도 선호되는 시대가 되었다. 석사를 졸업한 후배들이 논문을 보내주곤 하는데 이제는 오히려 근대 이전의 주제를 발견하기가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난 2016년에 근대회화를 주제로 특별전을 기획한 적이 있다. 이 박물관에 오고나서 내가 처음 기획한 전시였고, 작품 대다수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꽤 많은 부담을 안고 많은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석사 논문 쓸 때에 비견될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전시기획을 위해 공부를 해보니 근대미술이라는 주제가 갖는 매력도 알게 되었다. 일단 고미술보다 작품이 많이 남아있어서 공부하는 맛이 났다. 그만큼 치밀하게 검증하고 진위 감정도 병행해야 했지만 조선시대 초기처럼 없어서 막연한 것보단 풍부한게 좋았다. 그리고 암울한 시대상 속에서 어떻게든 한국성을 찾아내려는 화가들의 고뇌도 느낄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엔 전통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대의 세련됨도 얻지 못한 어설픔처럼 보이지만 강제로 근대화를 겪었던 당시의 시대상을 알면 치열한 몸부림으로 느껴졌다.

다행히 그 전시는 꽤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철저하게 작품을 검증해주신 자문위원 선생님들, 박물관의 풍부한 컬렉션 등에 힘입은 바가 컸다. 나도 이 전시 덕분에 기획자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근대미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 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일본회화 특별전도 담당할 수 있었다(내 주전공은 18, 19세기 일본회화사이다. 물론 박사논문은 우리나라 미술도 포함시켜서 교류사를 할 예정이지만).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근현대미술 분야에서 연구도 많이 하시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선생님 두 분의 대화록으로 꾸며진 이 책은 미술사를 공부할 때 갖춰야 할 자세, 시각, 공부 방법 등에 관해 많은 도움을 준다. 이 두 분 선생님은 지난 근대미술 전시를 기회로 처음 뵐 수 있었고 식사도 같이 했던 적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고민없이 책을 사왔다. 입문자를 위한 내용이지만 때로는 이런 책이 공부의 중심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내가 근대미술 전공자였다면 자주 여쭤보고 뵈었을텐데 그러질 못해 아쉽고 죄송할 뿐이다.

내가 했던 전시에 대한 내용도 함께 있어 여기에 같이 소개한다. 미술사를 계속 공부하고 싶은 사람,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보면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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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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