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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한 권의 책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간 땡스북스를 가다.


합정역과 홍대입구역 사이에 있던 땡스북스가 지난 5월 1일부터 새로운 곳으로 이전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처음 소식을 접하고 휴가 때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 장소는 아늑하고 동네책방이라는 정체성에 어울리는 공간이었지만 살짝 비좁았던 것도 사실이기에 조금 더 큰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 반가운 소식이었다.

위치도 지하철역에서 조금 걸어야하는 애매한 곳에 있어 불편했는데 마침 이번에는 합정역에 더 가까워졌다기에 나이스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휴가의 마지막 날 오후 설렁설렁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공간 구성에서는 어떤 센스를 또 발휘했을까. 꽤 설레는 방문이었다.


도착해보니 가장 주목되었던 것은 직사각형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이렇게 사선의 서가와 테이블을 배치한 구조였다. 공간도 조금 더 넓어졌지만 아직은 이전 오픈 직후여서 땡스북스만의 느낌이 나는 책 배치, 이벤트, 큐레이션 서가 등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곧 자리를 잡을 것으로 생각된다.



땡스북스는 디자이너, 미술계 및 출판계 종사자들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그러나 구미가 당기는 책을 조용히 권유해주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언제나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는 나같은 사람도 땡스북스에 회원가입을 하고 방문할 때마다 한, 두권씩 사오게 되는 서점이다.

참고로 나는 교보문고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플래티넘 회원(직전 6개월마다 총 60만원 이상 책이나 문구류를 구매해야 유지되는, 꽤 빡센 미션을 매월 견뎌내야하는 회원등급이다)인데 별다른 혜택이 없음에도 이를 유지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교보문고에서만 책을 사는데도 이를 가뿐하게 비집고 들어온게 땡스북스이다.




땡스북스에 올 때마다 우리나라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센스있는 디자이너가 많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무튼, 나는 계속 책 구경"을.


사진 초보 중 초보인 나는 정형화된 구도 밖에 찍을 줄 몰라서 아쉬움이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나도 센스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매번 고민한다. 오늘은 문득 텀블러에서만 활동하는 감성적이고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20대 여자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을 떠올리며 한 번 다른 시도를 해봤다. 그래서 해본게 고작 이렇게 아래로 막 찍은 사진이다. 아직 멀었다.


'아무튼'이 표준어 표기이지만, 나는 저기 써있는 것처럼 '암튼'이라고 쓰는게 더 좋다. amtn. 다시 구경을.


나중에 봐야지해놓고 매번 까먹게 될 정도로 좋은 영화, 소설이 많은 요즘이다. 그중 하나가 일본소설 원작인 <종이달>이라는 영화다.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지극히 평범한 한 은행원이 사소한 문제로 고객의 돈 1만엔을 먼저 쓴 다음 곧 원상복구하는 일을 겪게 된다. 이 경험은 그의 일상에 자극을 주었고, 점점 스케일이 커지며 점차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미야자와 리에라는 배우가 주인공인데 이 영화를 소개하는 TV프로를 보며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이 꽤 익숙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직 일본문화 수입이 금지되었던 90년대 초반에 초절정 일본 미녀배우가 누드집을 냈다고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한창 떠들 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이에 접한 미야자와 리에라는 이름은 그녀가 어떤 연기를 했고, 어떤 배우인지 알아보지도 못한채 나에게 오랫동안 성인영화 속 여배우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언론의 폐해로 인해 생긴 큰 오해였음을 20여 년이 지나 깨닫게 되다니 괜히 미안해진다. 지금은 아이돌의 한계를 깨고 롱런하는 일본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리에상, 미안합니다. 일본 여배우라고는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 밖에 모르는 저를 용서하세요.


비가 오다가, 우박이 날벼락처럼 떨어지다가, 이렇게 강렬한 햇빛이 나는 알 수 없는 요 며칠간 날씨.


요즘 SNS에서 꽤 감성적인 포스팅으로 유명한 여자들의 사진을 보면 꼭 이렇게 잎이 큰 초록색 식물을 참 좋아하더라. 왜지.

왜일까.


나도 알고 싶었다.
무인양품은 왜 싸지도 않은데 잘 팔리는가.

"인장(도장)이 없는 양질의 상품(無印良品)"

즉, 심플한 디자인을 위해 브랜드명조차 거추장스럽다며 쳐낸 상품이라는 의미이지만, '무인양품', 일본어로 'MUJI'라고 부르는게 하나의 브랜드명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이율배반적인 브랜드이다. 이름이 없다는데 있어.

개성적이고, 심플한 디자인 때문에 그런거지라고 단언하고 싶지만 그러면 이 저자에게 실례이겠지?


강한 햇살로 인해 생긴 사선의 그림자들이 이뻐 찍었는데 다시보니 책 제목이 참 전투적이구나. 대한항공 오너집안(사실 오너도 아니지만)이 알고보니 밀수업자더라는 오늘자 뉴스가 떠오른다.


딱히 사고 싶은 책이 있어 방문한 것은 아니었지만 땡스북스가 빨리 자리잡기를 바라는 응원의 심정으로 꼭 한 권 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온 책은 바로...



『권외편집자』. 일본의 연륜있는 편집자 출신이 쓴 책과 출판에 관한 자전적인 내용인데 잡지 에디터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여기에서 '권외(圈外)'라는 말은 '제도권 밖'이라는 의미로, 프리랜서를 뜻하기도 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아직 다 못읽었지만 이번 주 안으로 다 읽을 예정이다. 땡스북스에서 준 책갈피와 함께 한 컷.



이렇게 책갈피를 꽂아보고도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