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냄새


초등학교 6학년 때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겨울냄새가 물씬 나는 것을 느꼈다. 겨울 아침 특유의 차가우면서 모든 것이 얼어있는 냄새였다. 다른 계절의 아침과는 확연하게 다른 무언가였다. 겨울 냄새라는 것을 처음 인지한 날이어서 신기하기라도 했는지 학교에 가서 짝꿍에게 너도 겨울 냄새 맡아봤냐며 말을 건넸다. 아마 문제 풀이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를 오가시면서 지켜보고 계셨다. 그 말을 건넬 때 마침 담임 선생님은 내 옆을 지나가셨고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공기에 냄새가 어딨냐며 타박을 하셨다. 혼을 낼 정도는 아니지만 잘못된 지식은 바로 고쳐줘야겠다는 신념이 담긴 나무람이었다.


워낙 모범생 타입이었던 나는 선생님 말씀에 무조건 신뢰를 가지며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 순간만큼은 꽤 억울했다. 진짜 겨울냄새가 있는데 어른인 선생님은 그것도 모르나라며. 어차피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운 문제여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수긍하는 척하고 그 순간을 넘겨버렸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나중에 애들한테 이렇게 무안을 주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도 가졌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이 또렷이 기억날 정도로 아쉽다. 나중에라도 혹시 뵙게 되면 겨울 냄새가 어떤건지 아시겠냐며 한 번 여쭙고 싶다.

이미지 맵

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2개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