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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한 장의 사진

쟁여놓다


어릴 때의 나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과자를 그릇에 담아 내어주시면 사촌들은 모두 모여 과자 쟁탈전을 벌이곤 했다고 한다. 그 난리통 속에서 5세도 안된 애기였던 나는 과자를 한 웅큼 집어서 구석진 곳에 앉아 혼자 편하게 먹었다며 어머니는 지금도 신통해하신다.

2. 동네에 유치원이 없어서 유치원 역할까지 하는 미술학원을 다녔다. 유치원이나 다름없는 곳이었지만 어쨌든 명칭은 미술학원이었다. 어머니가 미술학원에 다녀온 나를 옷을 갈아입힐 때면 항상 주머니에 온갖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한 가득 있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주머니에 다 넣고 다니냐고 물으시면 나는 선생님이 쓰레기는 일단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휴지통이 보이면 그때 버리라고 해서 그렇고, 나머지 잡동사니는 나중에 다 쓸꺼라며 버리지 못하게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쟁여놓다’

이 말은 30년이나 흐른 지금도 적확하게 나를 대변해주는 행동양식이 되어버렸다. 그 대상이 책과 노트로 옮겨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