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전시


전시 이론에 대해 논문을 쓰는 중이었던 선배가 나에게 내셔널갤러리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달라고 하여 모두 보내준 적이 있다. 며칠 후 선배는 고맙다며 술을 샀는데 나에게 “야. 너 누가 미술사하는 양반 아니랄까봐 어째 죄다 작품 사진 밖에 없더라. 공간 사진이 필요했는데. 어쨌든 고맙담마 ㅎㅎ”라며 웃었다. 그래서 나는 형이나 나나 그 병(작품 도판 쟁여두는 병) 어디 가겠냐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장 원하는 전시 DP는 사실 별게 아니다. 세련된 공간, 센스있는 진열대 등등.. 보기에 멋있긴 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전시는 18, 19세기 유럽의 박물관들처럼 많은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 아래, 양 옆에 다닥다닥 붙어있어도 좋다.

그저 많은 명작들을 볼 수 있고, 많은 미술사 지식을 배우고, 감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낌없이 최고의 전시라고 자평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보는 즐거움, 공간에 대한 체험이 요즘 트렌드이니 무모하게 밀어붙이진 않겠지만, 18, 19세기의 유럽 작품들을 보다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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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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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 많이 다녀보진 못했지만..
        작품이 많은 곳은 관람하다가 중간에
        앉아서 잠깐 쉬어갈 수 있는 긴 의자가 있으니 참 괜찮았어요.
        미술사를 이해하믄서 명작을 또 직접 보면 더 풍부하게 와 닿겠어요.

      • 저도 그런 전시관람이 좋더라구요. 감탄하게 되는 멋진 전시공간도 재미는 있지만, 조용히 앉아서 쉬다가 다시 작품보는 식으로 심신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곳이 더 좋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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