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 포장 예술 in 국립고궁박물관(2017. 06. 27 ~ 09. 03)


이번 여름에도 전시회를 꽤 다녀왔지만 아직까지 하나도 리뷰글을 쓰지 못했다. 이래저래 일들이 많아서 블로그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지금, 늦었지만 하나씩 글로 풀어볼까 한다. 정성들여 찍은 사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하고 있는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 특별전에 다녀왔다. 보자기를 비롯해 포장에 사용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미술이 아니다. 조금 범주를 넓히면 실용예술, 섬유예술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두고 흔히 공예품이라고 부른다. 이번 전시에서 접한 포장과 관련된 각종 공예품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장식성을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왕실용 공예품답다는 생각이 전시를 보는 내내 들었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포장에 사용된 공예품이 주를 이루었고 그 중에서도 주인공격은 보자기였다. 보자기는 '수복강녕'을 비롯한 각종 길상문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정성스럽게 새겨져있는 것과 진한 채색으로만 마무리된 것들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전 처음보는 보자기로 포장하는 법도 알 수 있다. 아마 보자기로 포장하는 법도는 대부분 몰랐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우리가 보자기를 지나간 시간의 물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점점 사용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령 선생님은 보자기를 두고

처음부터 생활과 함께 숨 쉬어온 예술이기 때문에 실용성이 사라지면 기능과 함께 그 예술성도 잊히게 되는...

이라며 우리 고유의 일상 속 한 부분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틋함을 표한 바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보자기를 무언가를 싸서 밖에 나가는 것을 어쩐지 꺼려했던 것 같다. 왠지 모를 촌스러운 모양새에 대한 경계심이었으리라.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정말 귀하고 비싼 물건(가령 홍삼 세트와 같은 명절 선물)을 포장할 때는 정성스럽게 보자기(이런 경우엔 꼭 금색 보자기를 쓴다)로 포장해서 선물로 주는 것은 익숙하다는 점이다. 아마도 보자기에 대해 촌스러운 옛 유물과 고급 포장기술이라는 상반된 시각을 모두 갖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하는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전은 보자기에 대한 인식,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흔히 화려한 궁중예술이라고 하면 프랑스의 18세기 '로코코(Rococo)'를 떠올리곤 한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극도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미술사조이다. 공예품의 평가기준을 화려함과 실용성, 이 두가지로 구분한다면 로코코 미술은 화려함이라는 한 극단에 치우친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각적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맛은 있지만 그다지 유용할 것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조선왕실의 여러 공예품들은 화려함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언뜻 보기에 거추장스러운 장식같아 보이는 것들도 각자 자기만의 쓰임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하나같이 장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만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더불어 색채의 대비효과가 주는 강렬함은 전통미술임에도 현대적 감각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비유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몬드리안 저리 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전시의 마지막 날인 9월 3일 새벽이다. 진작 많은 분들에게 소개했어야 했다는 미안함이 밀려온다. 혹시 우연찮게 이 글을 9월 3일에 보게 되었다면 얼른 시간내서 꼭 보고 오시길 바란다.






왕실용 포장 공예품답게 책도 허투루 보관하지 않는다.


1층 로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순종황제, 황후의 어차를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다시 보니 저 애기들 중 한 아이가 나를 보며 V자를 취하고 있다. 자기쪽을 찍고 있는 카메라가 보이니 그런 것 같다. 사랑스럽다.




머리 뒷에 꽂는 뒤꽂이다. 눞히기 어려운 작품인데 저렇게 세워두니 감상하기도 편하고 멋있어 보인다. 이런 DP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한 쪽만 살짝 접어둠으로써 작품의 리듬감을 살렸다. 저런 센스는 그냥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베테랑 혹은 꽤 감각있는 큐레이터가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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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7

      • 앗;; 어제 스터디 끝나고 이 전시 보러갔었는데 어쩐지 반갑네요 :) 특히 서적 보관 하는 포갑이 너무 멋져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ㅎㅎ

      • 스터디 끝나고 보러갔군요. ㅎㅎ 마지막 날이라 사람 많았을 것 같아요. 전 보자기들이 그렇게 이뻐보이더라구요 :)

      • 네,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_^ 그래도 전시장에 관람객이 많으니 왠지 기쁘더라구요. 사실 혼자 볼 땐 전세 낸 듯이 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열심히 관람하시는 분들이 많아 괜히 제가 다 기분이 좋더군요. 편안한 밤 되시기를.

      • 전 이 전시는 구경 못했는데 아는 분이 보여주신 어린이용 교육 자료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단순히 딱딱한 책자 형식이 아니라 종이로 만든 보자기를 벨크로로 잠글 수 있게 하고 그 안에 교육 자료가 있는게 너무 인상적이고 제가 하나 가지고 싶을 정도였어요ㅠㅠㅠㅠㅠ

      • 전시 보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우시겠어요. 작품들 보니까 요즘 혼수로 써도 세련되고 고급스럽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ㅎㅎ

      • 정말 고급스럽네요. 저런 빨강 같은 짙은 색상이 나오려면 얼마나 수많이 염색을 했을런지요. 좋은 전시장이 멀리 있어서 아쉽네요.. 참 잘 보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주로 서울에서 전시가 열리는 점이 저도 안타깝습니다. 대신 글로 자주 소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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