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버카스텔 퍼펙트 펜슬. 정말 완벽한 연필이구나.


파버카스텔 퍼펙트 펜슬(Faber Castell Perfect Pencil). 요즘 책을 읽을 때 연필로 줄을 그으며 읽고 있다. 석사 때는 학문의 길로 들어선 것,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소중히 여겨져서 책이나 논문을 읽을 때 도를 닦는 심정으로 자를 대고 하이테크펜으로 줄을 그으며 공부했다. 조금 더 얘기를 하자면 도서관에 도착해서 열람실에 짐을 풀고 나와 세수를 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들어와 로션을 바르고 몸과 마음이 청결해진 기분을 지닌채 공부를 시작하곤 했다. 이런 행동들이 마치 예민해서 마주 대하기 왠지 꺼려지는 사람같아 보이긴 하지만, 이는 나만의 컨디션 조절법이기도 했고 이와 동시에 회사까지 그만둬가며 그토록 원했던 공부를 하게 된 상황이 무척 소중했기 때문에 나온 행동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석사 들어간 지가 2008년이었으니 학문의 이력이 10년째가 된 셈이다. 그리고 나름의 짬밥이 생긴 탓인지, 이제는 연구하고, 전공을 살려 큐레이터로 일하는 삶이 당연한 것이 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만큼 도 닦는 심정으로 공부하지는 않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도서관에 혼자 앉아서 몇시간만이라도 세상과 담쌓고 공부하는 시간이 소중하지만 석사 때보다는 조금 더 효율성을 따지게 되었다. 나만의 공부 방식이라는 것도 생겼다. 이런 변화의 대표적인 행동양식으로 노트 필기와 책에 줄긋는 방식의 변화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만년필로 몰스킨에 필기하고, 연필로 책에 줄을 긋거나 살짝 메모하고(여전히 책을 정말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에버노트와 스크리브너로 글을 쓰는 등 예전에 비해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이 새롭기만 하다. 그리고 누가 30대 남자 직장인 아니랄까봐 다소 비싸더라도 내 취향에 맞는 것들을 덜컥 사버리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패드 프로와 같은 IT기기들과 비싼 필기구, 몰스킨 등이다.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연필로 해도 결과는 똑같은데 왜 굳이 이 비싼 연필을 사러 퇴근하자마자 교보문고로 달려간 건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묘할 뿐이다. 물론 사놓고 보니 아름답긴 하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해놓고 보니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했던게 생각난다.


이 작품은... 아니 이 제품은 독일의 세계적인 필기구 브랜드인 파버카스텔에서 제작한 퍼펙트 펜슬이다. 단어 그대로 완벽한 연필이라고 할 수 있다. 연필을 갖고 다닐 때 연필심을 보호하기 위해(아님 연필을 넣은 필통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뚜껑이 있고, 그 뚜껑에는 글 쓰는 데 지장받지 마시라며 친절하게 연필깎이도 들어있다. 즉 연필로 글을 쓸 때 필요한 모든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퍼펙트 펜슬이라고 명명한 듯하다. 파버카스텔의 연필이야 워낙 필기감 좋고 견고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아래 사진들을 보면 이게 어떤 제품이고, 감성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직접 느껴보시길 바란다. 마구 책을 읽고 줄을 긋고 싶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ㅎㅎ



심플하고 명징한 브랜드 각인. 색도 검은 색과 하얀 색의 조화가 딱 내 스타일이다.



이걸 사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뚜껑으로 인해서 몰스킨 노트에 낀채 휴대하기 편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필기할 때는 이렇게 뒤에 꽂은채 하면 된다. 약간의 무게감으로 인해 필기도 안정적으로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뚜껑의 가장 윗 부분을 빼면 이렇게 연필깎이가 나온다. 굉장히 잘 깎인다. 모양도 아주 이쁘게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파버카스텔은 역시 초록색 바탕에 지우개가 달려있는 <파버카스텔 9000 연필>이 아닐까 싶다. 초록색이 이렇게 세련되게 느껴졌던 것은 초록색의 마술사라고 불렸던 베네치아 르네상스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의 그림과 파버카스텔이 유일하다. 르네상스 때만 해도 초록색은 안료 중에서도 가장 소화하기 힘든 색이었는데 베로네세는 이걸 자유자재로 그려 부드러운 초록색 비단옷의 질감을 완성한 화가였다. 현대의 문물 중에서는 파버카스텔이 베로네세와 같은 격이 아닐까 싶다.



사는 김에 지우개도 함께 구매했다. 무려 3,900원이다. 지우개를 3,900원이나 주고 사다니.. 집에 오는 길에 살짝 반성했지만 연필을 50,000원이나 주고 산 마당에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지우개를 필통에 넣고 다니다보면 펜들의 몸통이 지저분해지게 마련인데 이건 케이스가 있어서 좀 괜찮을 것 같다.


신고

아르뜨

Curator, Art History, Exhibition, Museum, Gallery, Book, Stationery...

    이미지 맵

    일상/사진 한 장 다른 글

    댓글 2

      • 저도 이번에 연필과 지우개 구입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옛 생각이 나네요. 전공서적들 자로 줄치면서 정독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ㅎㅎ

      • 지우개도 사셨네요. ㅎㅎ 가끔은 처음처럼 정자세로 줄을 치며 공부하고 싶더군요. 공부에 도움되는 다른 필기구도 소개해보겠습니다 :)

    *

    *

    이전 글

    다음 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