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시대 청화백자 400년전, 네즈미술관


오랜만에 간 네즈미술관. 3년 만의 방문이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도 그랬지만 네즈미술관은 내가 가 본 일본의 미술관 중에서 가장 사립스러운 미술관이다. 마치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 같은 이미지이다. 네즈미술관의 건물이 간송보단 훨씬 세련되었지만 이것만 제외하면 소장품의 퀄리티, 미술관의 역사, 멋진 정원 등 많은 부분이 서로 닮아있다.


이번에는 161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일본 청화백자 특별전을 보러 왔다. 정식 명칭은 <染付誕生 : 400年(소메츠케 탄생 : 400년)> 컬렉션전이다. 일본 규슈 아리타지역에서 시작된 청화백자는 유럽과 1600년대 중반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에 청화백자를 수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첫 시작은 조선 도공들에게 배우면서 이루어졌지만 청출어람이라 할 만하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는 왜란, 호란의 여파로 비싼 제작비가 들어가는 청화백자 대신 철화백자로 그 전통을 이어나가는 데 여념이 없었다. 철화백자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이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암튼 이번 전시를 보면서 홀로 탄식을 금치 못하며 감상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 질투 등이 마구 뒤엉킨채 나오는 탄식이었다. 그릇의 형태, 문양의 자유로움 및 정교함, 요즘 만든 그릇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세련된 감각 등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감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함께 나누고 싶지만 아쉽게도 네즈미술관은 전시실에서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한다.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다. 대개 촬영을 금하는 곳은 그 이유로 작품의 손상 방지와 저작권 보호를 들곤 하는데 이거 다 핑계다. 플래시만 안터뜨리면 아무리 촬영해도 손상가지 않는다. 삼각대만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 그리고 저작권 보호는  전시 홍보차원에서 도움되지 않는 일일 뿐더러 어느 누가 전시실에서 촬영한 유물 사진을 책의 도판으로 사용하겠는가. 전경이면 모를까.


일본의 관람 문화가 유별나긴 한 것 같다. 전시실 내부에서 볼펜으로 메모하고 있으면 저 멀리서 스탭이 뛰어와서 특유의 간곡한 포즈와 표정을 담아 연필을 주기도 한다. 노출 전시면 이해하겠지만 전부 진열장에 들어가있는 전시여서 의아스럽긴 했다. 그 뿐인가. 내가 갖고 있는 샤프로 쓰고 있는데도 그건 연필이 아니라며 자신들이 제공하는 연필로 쓰라고 준 적도 있다. 암튼 이런 이유로 대강이나마 일본 청화백자의 자태를 가늠할 수 있도록 아래에 전시 포스터를 가져왔다.


전시를 보고 뮤지엄샵과 밖의 정원을 산책했다. 이제는 해외 미술관에 가면 내 전공과 밀접하지 않은 도록 및 책은 사오지 않기로 결심한 탓에 도록을 안샀는데 지금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머릿속에 찬란한 빛깔의 문양과 자유분방한 도안들이 계속 떠다닌다. 도자기를 이렇게 마음 속에 담아두기는 처음이다. 앞으로는 역시 “언제 쓰일지 몰라”라는 심정으로 쟁여두듯이 일단 사와야겠다.



네즈미술관에 방문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꼭 극단적인 원근법 구도로 촬영하곤하는 입구의 모습.



2층 전시실로 올라가기 전에 위치한 1.5층의 휴게실 모습. 애기를 데리고 온 일본의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촬영했다. 저 애기는 나중에 크면 대부분의 미술사 교수님들의 자제들처럼 박물관이라면 학을 떼고 안가려 할까? 아니면 내가 부모님 손을 잡고 조선총독부 건물이 국립중앙박물관 시절이던 때부터 박물관을 들락거리다가 지금의 나로 성장한 것처럼 아주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1.5층 휴게실에서 내려다 본 1층의 로비.




정원과 네즈카페가 내다보이는 로비의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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