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휴일




모처럼 생긴 월요일의 휴일. 느지막히 일어나 새벽에 영화보며 먹다 남은 과자를 주섬주섬 주워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일주일이나 연체된 책들을 반납하고 그 길로 6호선을 타고 상수역으로 왔다.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일본 라멘을 오늘은 꼭 먹고 싶었다.

하카다분코에 와서 일본 라멘에 공기밥을 먹고 평소보다 느릿느릿하게 걸어서 홍대 정문 앞까지 왔다. 석사 때 홍대생들과 연합으로 불교미술사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이후로 올 일이 별로 없던 곳이다. 잠시 홍대 캠퍼스에 앉아있다가 정문 앞에 생겼다던 몰스킨 매장에 들어갔다.

숱하게 구경해서 가격까지 외울 정도인 몰스킨의 각종 상품들을 이리저리 구경하고는 노트에 끼울 툴벨트(노트에 끼울 필통같은 것)를 사서 나왔다. 그리고 땡스북스로 향했다. KT&G에서 강의할 때는 자주 들렀었는데 요즘은 통 올 일이 없어서 이곳 역시 오랜만의 방문이다. 땡스북스에서는 땡스북스에서만 사고 싶은 책들이 따로 있다. 소위 말랑말랑하고 센스있는 주제의 책들이다. 오늘은 임경선의 무라카미 하루키 헌정책인 <어디까지나 개인적인>과 나와 동갑내기 뮤지션인 오지은의 에세이 <익숙한 새벽 세시>를 샀다.

본래 에세이를 안읽는데다가 오지은의 음악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얼마 전에 그녀의 저자 인터뷰를 보고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와 동갑인 여자의 글이 궁금하기도 했다. 더구나 토이의 <익숙한 그 집 앞>을 연상시키는 책의 제목은 전공외 서적을 살 때마다 머리속에 맴도는 '이걸 꼭 지금 사야할까?', '지금 내가 이걸 읽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뿐히 사라지게 만들어줬다.

한참을 서서 다른 책들을 구경하다가 결제하려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을 하는데 마침 땡스북스에 적립금이 7,000원이나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아싸'했다. 공부 안하고 딴짓한다는 일말의 죄책감을 일거에 날려주었다. 그렇게 책 2권과 몰스킨 툴벨트가 담긴 실내화 주머니처럼 생긴 몰스킨 상품백을 들고 홍대 거리를 지나 지금은 빨간책방에 앉아있다.

내가 빨간책방에 오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이동진과 달콩빵. 여기 치즈크림이 들어간 달콩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궁합도 맞고 그 자체로도 정말 맛있다. 설렘을 안고 달콩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달콩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단다. 달콩을 납품하는 빵집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그렇다고 하는데 더 이상 캐묻기도 그래서 이유는 묻지 않았다.

빨간책방에서 커피마시며 이래저래 혼자 놀다보니 벌써 5시가 됐다. 6시부터 대학원 수업이 있어서 다시 6호선을 타고 학교로 가야한다. 꽤 알차게 보냈지만 그래도 아쉽다. 내일 전시회의가 있는데 회의자료 준비하느라 바쁠 것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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