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길, 나의 길


잠자리에 들기 전 페이스북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를 출간한 교수님의 페이스북과 관련 기사를 한참동안 읽었다. '민족의 우수성'과 같은 감상적인 연구말고 학자답게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역사 연구를 해야한다가 주요 내용이었다. 최대한 시니컬하고, 차갑고, 냉정한 관점으로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주장도 몇 군데 발견했지만 그럼에도 존경 받기에 충분한 교수님같았다.


학자로 성장해온 그 분의 발자취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투영시키게 되었다. '나는 저만큼 몰입해있는가?', '나는 저런 컨셉(고대사 전공자답게 문자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고증하는)의 연구자인가, 아니면 어떤 연구자를 지향하는가?', '내가 평생 몰입할 수 있는,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는 시대와 분야는 무엇인가' 등 나를 돌아보기에 충분한 기회가 되었다.


아울러 미국 대학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고, 국가에서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연구비를 받으며 학문에만 몰입하는 그의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며 반성하게 되었다. 일반 사학과 미술사학의 무대가 다르기에 절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미술사는 작품을 직접 접할 수 있는 박물관 현장의 경험도 중요하게 여기긴 한다), 항상 공부만 하며 살고 싶다는 아쉬움 속에 살아가는 나로선 부럽기도 하고, 같은 인문학 연구자로서 내가 뒤처진 것 같기도 하며 만감이 교차하게 되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며 평생 할 연구 분야의 선택과 결정을 마지막까지 유보하고 있는 지금, 결정의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지금까지 해온 공부의 경험과 박물관에서 쌓은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선택지가 몇 개로 압축되긴 했는데 욕심 때문에 선뜻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있다. 대개 석사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들어왔는데 아직도 결정 못하고 있으면 어떡하냐는 핀잔을 들을 때도 있지만 평생이 걸린 문제이고, 단순한 공부가 아닌 학문을 하면서 제도, 시스템 때문에 등 떠밀리 듯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이제 결정의 시간이 코 앞까지 다가온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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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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