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국립박물관


공원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도쿄국립박물관을 향해 일어섰다. 조금 걷고나자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매표소 앞 뮤지엄샵이 막 시공 중이어서 구경을 못했는데 어떻게 꾸며놨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물관에서 가지고 간 ICOM 카드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매표소에 가서 물어보니 그냥 카드를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따로 티켓을 발급받을 필요가 없어서 무척 편리했다. 정문을 통과하려는데 옆 간판에 그리스전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보너스로 보게 되나 싶어 기대했다가 자세히 보니 내가 귀국하는 다음 날 오픈이었다. 우리나라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 추구지 반가사유상 비교 특별전도 21일부터 해서 결국 못보게 되었는데 어째 여행 날짜를 잘못 잡은 듯하다. 아니. 한가로운 여행을 원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겠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오른쪽에 위치한 동양관부터 구경하길 시작했다. 역시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는 것은 중국 고대의 불상들과 화상석들이다.



불상 광배 뒤에 음각으로 그린 인물화들. 고대 인물화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상설전 내 테마전으로 고대 인도의 간다라, 마투라 불상전을 하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미술의 영향으로 신체 비례와 표현 면에서 사실적인 양식을 볼 수 있다. 외모 역시 서양인의 모습을 닮아있다.




적당히 어두운 전시실에 격조높은 불상들이 곳곳을 자리하고 있으니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근육질의 그리스 조각상이 법의만 입고 있는 것 같을 정도로 그리스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머리카락도 돌기로 표현하는 나발이 아니라 그리스식 곱슬머리이다.




그 옆에서는 인도 간다라, 마투라 불상전과 같은 시기에 제작된 중앙아시아 조각전도 함께 선보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이라크 하트라에서 출토된 <헤라클레스상>이다. 하트라는 1~3세기에 파르티아 제국이 로마제국을 상대로 세운 군사도시였는데 지중해를 접하고 있어 당시 동서 문화의 교류가 활발하였다. 그래서 이 작품처럼 그리스, 로마시대 작품도 출토되고 있다.



중국실로 올라가보면 이렇게 멋진 진열장 속에 전시된 고대 청동기와 당삼채 도기들을 볼 수 있다. 회화실에서는 송, 원, 명, 청대에 활동한 소위 무명화가들의 화보를 참고한 회화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무명화가들을 조명하는 것도 참신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들의 작품과 화보의 비교를 전시한다는 것은 오랜 기간 연구가 축적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시 라인업이 오너의 취향에 좌지우지되는 사립보다 국립을 선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박물관이 가장 부러운 것은 간행되는 책의 종류가 훨씬 많고 다채롭다는 점이다. 공부할 때 도움되는 사전류같은 도구서도 많아서 나는 일본에 가면 도록못지 않게 도구서도 많이 사온다. 아트상품들도 우리나라 것(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박물관의 아트상품은 정말 촌스럽고 비싸기만 하다)과 달리 아기자기함, 세련됨, 귀여움 등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준다.




전시를 보고나오자 언제나 같은 곳을 지키는 아이스크림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왠지 이 날은 먹어보고 싶어졌다. 우지 말차맛을 주문했는데 아이스크림을 뽑는 방식이 재밌었다. 그저 냉장고에서 캡슐을 꺼내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기만 하면 나온다. 캡슐 방식은 처음 봐서 무척 신기했다. 지극히 일본스럽다는 생각을 한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우에노 공원을 빠져나왔다. 전시를 보고 책들을 사고 나오자 마치 해야만 하는 숙제를 끝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련함에 왠지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긴자로 옮겨갔다. '이제부터 진짜 관광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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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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