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 April the Eternal Voyage> in 경기도미술관

58일 어버이날에 경기도미술관 <사월의 동행>에 다녀왔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展은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어떤이에게는 이제 그만 좀 했으면 하는 듣다 지칠 이야기, 또 어떤이에게는 손에 잡으면 사라질 뜨거운 눈물 같은 416 세월호 참사.

전시는 희생자 가족과 참사로 인해 공동의 아픔을 갖게 된 이웃들과 서로를 위무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공감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고, 예술이 무엇을 담아내고 표현할 것인지, 어떻게 모순된 사회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전시의 인상은 공동의 분노와 공포를 날카롭게 직시하면서도 잔잔하고 차분한 어조로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그 모습이 격노를 꾹 참고 침착한 어조로 희생자들을 위해 선언하는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조소희, <봉선화 기도 304>, 2016, 혼합 재료, 가변 설치, (작품설명, 사진 : 경기도미술관)

봉선화기도는 손가락 전체에 봉선화 물을 들이고 기도하는 손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인간의 염원에 담긴 아픔, 슬픔, 분노 등을 표현한 작업으로 작가가 2014년부터 진행되어 왔다. 그동안의 작업이 한 개인의 기도였다면, 이번 작업에 참여하게 된 304개의 손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고통과 분노, 그리고 애도가 담긴 공동의 기도이다.

작품을 보고 바로 든 생각은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들 하지만 누구나 유독 아픈 손가락은 있을 것입니다.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이들을 위해 304명의 자발적인 관객들이 공감과 연대의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았습니다.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 손가락에 봉선화물을 들이는 <봉선화 기도> 토요프로그램이 마련되어있습니다.

장민승, <마른 들판>, 2014, 수용성 종이에 실크스크린, 제주 조약돌, 타원형 스포트라이트, 29×42×8cm 6피스, 가변 설치

(작품설명 : 경기도미술관)

장민승은 세월호의 비극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절제된 몸짓과 글로 표현했다. “〔…〕둘이서 보았던 눈, 올해도 그렇게 내렸을까 파도는 차갑고, 물새도 잠들지 못하는구나〔…〕손에 잡으면 사라질 눈물, 뜨거운 눈”(하이쿠 <마른 들판>) 그는 이 시를 물에 녹는 종이에 인쇄해 조약돌을 얹어 설치해 희생자들에게 보낸다.

안규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 2016, 사운드 설치, 가변 설치(작품설명, 사진 : 경기도미술관)

좁은 골목 끝 저편에 글을 읽는 이가 있다. 글을 조근 조근 읽는 그를 바라 볼 수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 작가는 우리 아이들이 아마 지금쯤이면 읽을 수도 있었을 책”, “아름다움에 대해, 젊음과 우정에 대해, 인내와 슬픔과 고뇌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는 행위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추모를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언젠가는 우리의 목소리가 먼 곳까지 닿을 것이라는 기대로, 그리운 사람들에게 닿을 거라는 희망으로 읽기를 권한다.

우리 아이들이 아마 지금쯤이면 읽을 수도 있었을 책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해, 젊음과 우정에 대해, 인내와 슬픔과 고뇌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입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책을 읽는 우리의 목소리는 꿈결처럼 저 먼 곳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에게로 갈 것입니다. 따스한 숨결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둠 속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가 닿을 것입니다.” 안규철

전시의 마지막 부분으로 가는 길목에 형광펜으로 책에 줄을 그어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싶은 문장을 기록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잠시 의자에 앉아 형광펜의 자취들을 살피며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빛이 나는 문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때나 봉기하진 않는다. 흔히 먹고 살기 힘들면 봉기한다고 하지만, 그건 일면적인 관찰이다. 역사 속의 허다한 봉기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사실은 그것이 더 많은밥과 더 좋은 옷을 목표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봉기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들이 무엇인지 증명하기 위해서 <죽음을 무릎쓰고> 일어난다.

전시 관람을 한 뒤 동행인과 함께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며 케익을 먹고 수다를 떨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렇듯이 아주 평온한 날이었습니다. 무엇인가 모순되고 이상하다고 머리로는 알지만 현상 유지에 급급하며 살고 있는, 이렇게 느슨한 긴장감을 가지고 사는게 문득 맞는건가 하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특히 요즘 많은 분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우리 사회 곳곳의 부조리를 만나고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하지만 모두 바쁘고 하루하루가 치열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못됨을 알고 표현하기에 너무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흩어진 개인을 모아주는 것이 제가 바라는 예술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선동을 의미하는 것도, 사회에 투쟁하여 머리에 띠를 두르고 주먹을 쥐자는 것도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맞춰 <사월의 동행>이 열리기 전에 많은 우려가 있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미술관을 찾아주시는 것이 또 다른 형태의 공감과 위로라고 생각이 듭니다. 전시는 06.26()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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