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시간이 멈춰있는 공간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1층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흔히 입장하는 정문은 2층에 있다) 검색대 옆에 간이 의자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 회화 학습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이 학생들 덕분에 우리나라 미술관과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명작 앞에 자리잡고 앉아 옛 거장의 필법, 채색법을 꼼꼼하게 분석하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려는 미대생들의 모습을 전시실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내셔널갤러리가 세계적인 박물관인만큼 관람객 수도 상당히 많아 전시실이 다소 시끄러운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만의 화법을 찾기 위해 묵묵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며 어떤 관람객들은 옆에서 그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는데도 일절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이런 모습을 뒤에서 보며 또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림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장들의 그림을 수없이 모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개성을 찾을 수 있다(고 옛 화가들은 말했다). 서양 근대미술의 효시로 평가받는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올랭피아>도 옛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는 것 위에 자신의 생각을 파격적으로 덧입혀서 탄생한 작품이 아니던가.


나는 내셔널갤러리에서 마주친 이 화가들이 미술 학습 방법의 정석을 걷고, 지루한 연마의 시간을 견디는 것 같아서 분명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만의 개성이 확고한 화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최소한 톡톡 튀는 센스와 감에만 의존하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미술가들의 작품보다 이들의 작품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한 명의 장인이 탄생하기 직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그래서 그들의 주위는 시끄러운 내셔널갤러리 속에서 유일하게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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