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What Else> 전시회 with 네스프레소










네스프레소에서 주최한 하정우 전시회를 다녀왔다. 박물관과 함께 있는 아트센터 지하 갤러리에서 하정우 전시를 하고 있다길래 근무 시간이지만 얼른 다녀왔다. 한파가 몰아치던 평일 아침이었는데도 오픈 시간부터 사람들이 많이 왔다. 박물관 큐레이터로서 전시회 흥행까지 고려해야하는 입장 때문인지 내심 부러운 광경이었다. 사람들이 고미술 전시도 이렇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할까. 곧 다가올 듯하면서도 아직은 먼 이야기같다.


하정우의 전시를 보러 갤러리로 내려가면서 작품 자체에 대한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이미지로만 접해왔기 때문에 직접 작품을 보면 그만의 화풍, 개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직접 가서 꽤 꼼꼼하게 봤는데 전반적으로 어떤 화풍을 추구하는지 알 것 같았고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물론 천경자, 장 미셸 바스키아 등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이 많아서 아직 하정우 화풍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진행중인 작가이니 미리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작품의 세부적인 면에서 보자면 붓 터치 속도가 느리고 일관되며 너무 꼼꼼해서 아직은 범작에 머문 듯 보인다. 너무 공을 들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단계를 넘으면 자신만의 개성이 더 표출될 것 같다는 기대를 갖기엔 충분했다. 본래 격이 높은 작품은 그 전에 상당한 연마가 뒷받침되고, 선행되어야하는데 하정우씨는 현재 연마의 단계를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화가로서 길을 찾아서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항간에 연예인의 미술 작품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유명세에 기댔다는 점이 주된 이유인데 나는 연예인이 그림을 그린다고해서 일단 폄하하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유명세에 기대면 왜 안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반 고흐의 신격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 고흐가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받으면서 모름지기 작가라면 삶 속의 치열한 투쟁과 고통, 가난을 수반해야만이 비로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탓이다.


이런 선입견은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이 그린 것은 미술이 아니라는 것인데 미술의 범주, 정의에 대해서 과연 누가 자신있게 결정지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므로 출신을 떠나 한 작가에 대해 평가할 때는 작품만 가지고 논해야하는데 아직 하정우씨의 작품은 진행중인 작가이므로 평가를 뒤로 늦출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특이한 소재만 찾아서 긴 여운없이 순간의 감탄에만 집착하는 요즘 여느 작가들의 작품보단 훨씬 좋다고 본다. 하정우씨의 작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와. 센스있다"며 좋아요 한 번 누르고나면 기억에서 사라져버리는 그런 작품들보다는 생명력이 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정우씨가 뉴욕에서 작품을 모두 판매한 일화와 작품 한 점당 2,000만원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이러한 모든 것들을 모두 유명세 때문으로 치부하는데 이를 두고 불공평하다, 특히 힘들게 고생하는 전업 작가들이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전혀 논리에 맞지 않다. 만약 무명 전업 작가들을 위한 생각에서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다면 차라리 유명 작가들에게만 기대서 전시하는 갤러리, 미술관을 타겟으로 삼는게 맞지 않을까싶다.


더욱이 현대미술은 아서 단토가 "예술은 죽었다"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예술 자체가 죽은게 아니라 일정한 방향이 사라졌다는 의미) 가타부타 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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