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의 기준


첫 눈이 온 그 날, 한 밤 중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강을 건너며 연말 특유의 차분함과 번잡함을 머금은 야경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택시에 몸을 맡긴채 한참을 가고 있는데 라디오에서는 기상예보가 흐르고 있었다. 기상캐스터는 간단하게 교통 상황을 설명해준 후에 오늘의 날씨를 정리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오늘 우이동에 눈이 살짝 내렸지만, 첫 눈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습니다.”


눈이 살짝 내리긴 했지만, 첫 눈은 아니다라니. 객관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뉴스에서 그렇게 말하다니 꽤 낭만스럽게 들렸다. 그렇다면 첫 눈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눈이 내린 양이 기준이 되겠지만 나는 그게 기준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나는 기상캐스터가 사람들이 첫 눈이 내렸다며 설레여하는 마음이 들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첫 눈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길 바랬다. 이제 약간의 흥청거림이 용서되는 연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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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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