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됨은 새 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런던 서점 Daunt Books


런던 서점 Daunt Books


런던 지하철 Bayswater역


한 때 세련됨의 정의를 미래지향적인 의미로 여긴 적이 있었다. 촌스러움의 반대 극단에 놓여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인가. 풍경을 가늠할 나이가 되고부터는 자연 풍경보다 도시의 야경을 더 세련되고 멋진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오래된 물건보다 최신의 물건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면서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어른이 되면서 자리잡은 주관이기에 그 변화의 속도는 더디긴 했지만 말이다. 물에 푼 잉크가 서서히 번지면서 결국 물의 색을 변하게 하듯이 지금은 세련됨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다.


- 오래된 것이어도 깨끗이 관리하여 그것만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갖는 것.

- 오래되었다고 해서 급하게 바꾸려하지 않고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것.

- "이 정도 쯤이야"라며 약간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하게끔 해주는 습관 같은 것.


이러한 생각들은 일본을 다니면서 낡았는데 왜 멋이 있을까라며 미심쩍어했지만 이번에 영국과 프랑스에 다녀오면서 확신으로 변한 것들이다. 무조건 새 것이라고 해서 세련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지하철역이 그러했고, 오래되었지만 깨끗이 관리된 화장실이 그러했으며, 조그만 동네의 오래된 카페와 식당이 그러했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난간은 세월의 흔적 때문에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광택은 최첨단 소재의 코팅막과는 분명 다른 손때에 의한 반질반질함이 보였지만, 결코 소유자에게 버림을 받아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어떤 새 것보다 더 조심스럽게 다루게 만드는 위엄마저 느껴졌다. 사랑을 갓 시작한 어린 연인들의 모습보다 오래도록 사랑해온 노부부의 모습에서 새삼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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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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