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인연


퇴근하고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교보문고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늘상 하던대로 미술사 코너, 철학 코너, IT 경영 코너를 둘러보고 핫트랙스에 갔다가 미술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아주 조심스럽고, 수줍은 듯한 신중한 목소리로 나를 “저.. 선생님~”하고 불렀다. 그런 일을 많이 겪어보지 않아 꽤 놀랐던 것 같다. 돌아보니 올 봄에 내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이었다. 수업 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며 열심히 들었던 수강생이었다. 본래의 성품 자체가 차분하고 때묻지 않은 사람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한 기억을 갖고 있던 분이라 상당히 반갑게 인사할 수 있었다. 근황을 물어보니 수업 들을 때는 모 갤러리의 인턴으로 근무하며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었는데 얼마 전에 정직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그 소식이 정말 기뻤다. 진지하게 미술계에 몸담고 싶어하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내 일인양 기뻐할 수 있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샀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뭐라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던 것 같다.

일단 정직원이 되었으니 대학원 진학은 잠시 미뤄두고 우선 갤러리 일에 집중하라고 전해줬다. 일하다 보면 어떤 분야를 전공으로 삼아 공부하고 싶은지 차차 알게 될거라며.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 분은 차분하고 선한 성품 덕분에 우연히 누구를 만나도 언제나 환영받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쁜 소식과 함께 반가운 인연을 만나게 되어 금요일 밤이 한층 더 설레이는 밤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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