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3권의 책, 내옆에있는사람/소란/그믐

사람은 왜 책을 읽을까? 혹시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혼돈의 세상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더글라스 케네디『빅 퀘스천』

 

한 달에 1권 이상 책을 구입하고, 2권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위의 구절과 비슷하다. 어떠한 감정이나 생각을 확실히 느끼지만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그것들을 찾고자 책을 읽는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작가나 제목이 아닌 SNS에 떠도는 책 속의 문장들이다. 책 속의 문장이 마음에 들면 어떻게든 그 책을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공감가는 구절은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생각날 때마다 보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이번 달에 만난 3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병률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

 

 

생일 선물로 받은 책,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이병률 작가를 대표하는 『끌림』이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여 출판한 3번째 여행산문집이다. 이병률 작가의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편안함'이다.  집에서 할 일이 없을때, 여행이 그리워질 때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번 책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작가가 여름의 흑산도를 여행하던 중 만난 한 소년을 세월이 지난 후 만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낯을 가렸지만 친해지면서 작가에게 흑산도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여행이 끝난 후 소년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그립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우연히 소년의 지인과 연락이 되어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소년의 해맑고 순수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고된 삶의 흔적만이 남았다는 말에 잠시 멍해졌다.

 

소년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세상 모두에 거절당한 사람처럼 살아온 날들은 평탄하지 않았고 삶의 고통스런 흔적이 어린 시절의 천진함을 가두어버렸다.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면서 한숨을 내쉬는 소년의 표정에는 둔통이 섞여 있었다.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말이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가슴이 필요했다.

 

-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박연준 산문집, 소란

 

 

박연준 작가의 『소란』을 읽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하면 작가처럼 글을 곱게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물을 통한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 한 시절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라는 구절은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을 정도로 위로가 되었다.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박연준 『소란』


장강명 장편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제가 소설을 쓰는 첫번째 이유가 돈인 것은 아닙니다. 세번째 이유쯤 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인생을 걸고 어떤 일을 할 때, 세번째 이유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 밥벌이의 싸움을 피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현실에 참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첫번째, 두번째 전장을 가벼이 여긴다는 의미가 아님을 잘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계속 싸워서 글과 돈을 열심히 벌어보겠습니다. 쓰고 싶은 소설을 다 써서 더이상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겠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8월에 구입해서 읽은 책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다.  장강명 작가는 일반적인 작가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공대를 나와 건설회사를 다니다가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기자로 일했고 2011년 한겨례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건설회사를 거쳐 기자 출신의 소설가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위의 수상소감이었다. 1인당 연간 독서량이 해마다 떨어지고 책도 잘 구입하지 않는 현실에서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아 글과 돈을 열심히 벌어보겠다는 솔직하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확고한 열정이 전해져 이런 수상소감을 쓴 작가의 소설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이영훈이라는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홧김에 칼로 찔러 죽여버린 남자와 죽은 이영훈의 엄마 그리고 남자의 동창이자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가 서사를 이끈다. 처음 읽을 때는 시공간도 확확 바뀌고 3명의 이야기가진행되어 복잡한 감이 있었지만 생동감이 넘쳤다. 그 사건에 대한 죽은 아이 엄마의 진실,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살인을 저지른 남자의 진실, 살인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진실. 각자의 시선과 입장이 달라 누가 하는 말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어버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실이란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거짓말들은 다 잊더라도, 이 말만은 기억해줬으면 해. 널 만나서 정말 기뻤어. 너와의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어. 난 그걸 절대로 후회하지않아. 고마워. 진심으로.

 

 

장강명『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장강명 작가의 인터뷰(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28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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