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 "괜찮아, 좀 더 울어도 돼"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와 디즈니가 뭉쳤습니다. 영화 제목은 <인사이드 아웃>입니다. 뇌 속을 배경으로 5가지 감정(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을 형상화해 캐릭터를 부여했습니다. 단순히 캐릭터만 부여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라일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경험한 것이 어떻게 기억으로 전환되는지, 또 어떤 기준으로 라일리의 성격이 만들어 지는지를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라일리’의 감정 제어 본부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바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된 것이죠. 같은 시기에 라일리는 오래살던 동네를 떠나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환경이 변하면서 라일리의 감정도 변화를 맞이 합니다. 특히나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서 웃음기를 점점 잃어가게 되죠. 우리가 흔히 ‘슬럼프’라고 칭하는 그 기간을 겪게 된 것입니다.



첫 부분은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영화 자체가 하고 싶은 말이 많거든요. 5가지 감정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엮이고, 뇌 속에 존재하는 성격섬이 어떻게 행동으로 구체화되는지 꽤 논리적으로, 그리고 자세히 설명해주거든요. 물론 어렵진 않습니다. 찬찬히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뇌 속 풍경(?)은 굉장히 동화적이고 귀엽습니다. 특히나 빙봉을 빼놓을 수 없겠죠.


영화 초반 ‘기쁨’에게 쏠려있던 무게는 '슬픔‘에게 기울어 갑니다. 라일리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열쇠는 결국 슬픔이었죠. 가끔 전 우리사회가 ’긍정 강박‘에 시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기뻐야 하고, 낙관적이어야 하고, 잘 돼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현실은 그런 게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기쁨이 모든 위기를 해결해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때론 바닥을 치고 견뎌내야 올라올 힘이 생기기도 합니다. 영화는 슬픈 감정이 안 보이는 곳에서 우릴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깨닫게 도와줍니다.



사실 라일리가 겪는 위기는 주인공이 고아가 되거나, 폭력환경에 노출되는 등의 드라마틱한 위기는 아닙니다. 집을 옮기면서 겪는 혼란 정도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의 불행을 섣불리 사소한 일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어찌보면 모든 불행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내게는 폭풍같이 지나가도 남에겐 스치는 미풍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인사이드 아웃>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만한 불행을 소재로 삼아 관객들의 기억 저편의 슬픈 기억을 소환해냅니다. 그리고 그 슬픈 기억의 소중함을 이야기하죠. 만일 라일 리가 세간에 떠도는 드라마틱한 불행을 겪었다면 어땠을까요. 저라면 영화에 공감하기보다 그저 남일 보 듯 느꼈을 것 같아요.


“힘내”라는 말이 오히려 힘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네, 저도 압니다. 상대방은 선의로 저 말을 건낸다는 사실을요. 부끄럽지만 저 역시 아무생각 없이 축 쳐진 친구에게 ‘얌마, 힘내~’라는 말을 던진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막상 제가 ‘힘내’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질 때가 더 많은 걸요.


<인사이드 아웃>은 ‘힘내’라는 말보다 ‘괜찮아, 좀 더 울어도 돼’라고 묵묵히 울어주는 친구로 기억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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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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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 저도 간만에 좋은 영화 한편 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심리학자들이 인사이드 아웃 분석한 글이 꽤 있어서 봤는데 심리학자분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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