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화 여행기 - 두 번째.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 바이크샵

​파울로 코엘료가 말했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 라고, 하지만 한 가지 더 큰 문제가 있다. '시간'이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핑계가 될 수도 있지만, 시간에 쫓겨 다른 생각 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또 여행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남들 다 가본다는 명소를 찾아다니느라 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 지나간다. 여행에서의 시간은 귀중하다.

 

과거 지난 영광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지만 위치만으로도 지난 시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는, 예술의 힘으로 새 생명을 잇고 있는 공간인 아라리오 뮤지엄.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제주도의 일정 중 가장 고대하고 기대하던 계획이었다.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은 동문모텔1,2 그리고 탑동 바이크샵, 시네마가 있다. 이 중 필자는 탑동 시네마, 바이크샵을 내방하였다. 많은 소장품들 중 한·중·일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필자가 찾은 곳은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와 탑동 바이크샵이었다. 탑동 시네마 뒤에 바이크샵이 위치해있다. 탑동 시네마는 아라리오 뮤지엄 소장품으로 꾸며진 개관 전시와 윤명로 개인전 <정신의 흔적>이 진행중이며, 탑동 바이크샵에서는 전 층 모두 권오상 개인전 <구심점들>으로 전시중이었다.

 

 

 

 

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 작품 픽셀-밤비, 픽셀-디어가 일련의 군으로 줄지어 전시되고있다. 이 작품들은 박제된 사슴의 표면을 투명한 크리스탈 구슬로 덮어 마치 수 많은 디지털 픽셀로 구성되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의 구슬로 덮힌 털의 질감과 사슴의 형태는 모호해지고 새로운 형상이 된다. 처음 작품의 설명을 읽지 않은 채 감각으로만 살펴보았을 때, '어쩜 이렇게 정교하게 구슬로 사슴의 성장을 표현했을까?' 하는 감탄이 나왔다. 호기심을 품고 가까이 보니 가지런한 하나의 방향으로 자란 크리스탈 구슬 속에 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골과 다이아몬드로 상징되는 은유의 다른 방법으로 박제와 크리스탈이 죽어서도 이어지는 영원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다. 알알이 박혀 영롱하게 빛을 내는 구슬 뒤에 죽음이 있다. 죽어서도 직립한 생명이 있다. 작고 유약한 생명이 성체(成體)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작품이라 판단한 생각에 하나의 획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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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 소가죽 부처 얼굴 No.3, 2013, cowskin, 240 x 190 x 45 cm

 

중국 작가 장환은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충격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작가이다. 장환은 작품을 통해 시각적 감흥을 극대화시켜 관객들을 자극한다. 작년 장환 작가를 알게되고 그의 작품에 빠져 Youtube에서 장환 작가의 퍼포먼스를 보며 탐닉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이 작품은 불교의 가르침에 반하는 살생을 저지르고 그 살생의 결과물로 얻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전한 하나의 소가죽으로 부조 형태로 만들어졌다. 부처의 얼굴을 빚은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은 거북스럽지만 거부하기 힘들다. 이전 작품 감상에 대해 보다 자세히 적은 글이 있어 함께 읽어보길 추천하며 링크를 게시한다.

 

☞ Artist...중국 작가 장환. 불심 깊은 작가, 단순한 관람자 http://www.artntip.com/632

 

 

 

 

 

 

 

​장환, 공자, 2011, cowskin, 280 x 200 x 21 cm

 

 

​(왼쪽) 장환, 공자, 2011, cowskin, 280 x 200 x 21 cm           (오른쪽) 장환, 영적 지도자 No.16, 2010, cowskin, 240 x 175 x 21 cm

 

 

장환, 영웅 No.2 Hero No.2, 2009

 

이 작품 또한 소가죽을 재료로 한 4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이다. 압도적인 거대한 인체의 형상이다. 작품 설명에 농촌에서의 어린시절을 보낸 작가에게 소가죽은 향수의 대상이라 언급하고 있다.

 

 

작품 ​<영웅 No.2 Hero No.2> 일부분 근접 촬영

 

 

​수보드 굽타,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2012, 110 x 2135 x 315 cm

 

수보드 굽타는 인도의 현대미술 작가이다. 그의 총 길이 이십 미터가 넘는 작품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전시장과 전시장을 관통하며 배치되어있다. 배 안에는 주전자, 의자, 자전거까지 온갖 세간살이들이 무질서하게 쌓여있다. 어떤 인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에서 인도사람들이 갠지스 강으로 모든 것을 흘려보내는 장면이 생각 났다. 사람들은 자신의 배 안에 무겁든 가볍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업보를 쌓아간다. 어디로 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강처럼 흘러가는 것이 모두의 인생이지 않을까.

 

 

 

 

​김인배, 지리디슨 밤비니, 2005, pencil on resin, 150 x 190 x 100 cm

 

김인배 작가의 작품은 재밌었다. 뒷통수로 부터 앞으로 시선을 나아가며 앞모습을 찾아보려해도 한 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온 듯 또 다시 뒷통수. 다른 작품에서는 거대한 얼굴에 정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의 부조화가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김인배, 델러 혼 데이니, 2007, pencil on resin, 80 x 50 x 45 cm each, 3 pieces set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계단

 

계단 뿐만 아니라 벽면과 화장실 표지판, 근현대 박물관이나 있었법한 옛스런 글씨체가 적힌 거울 등 본래 있던 건물을 특징을 살리려한 시도가 이 곳 저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탑동 시네마를 나와 건물 뒤 편 탑동 바이크샵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한국 작가 권오상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권오상, 부다 & 툴박스, 2014, C-Print, mixed media, 207 x 36 x 40cm

 

​조각하면 매끄러운 표면과 움직임을 포착한 순간의 생동감을 떠올린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조각' 이라는 단어를 떠올릴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그리스 로마의 조각상 일 것이다. 한국 작가 권오상은 사진조각 이라는 장르를 구축한 작가이다. 조각에서의 양감과 대리석으로 표현된 감각적인 피부 표현은 없다. 작가는 작품의 모델이 되는 인물과 물체를 360로 다각도로 촬영하여 스티로폼이나 다른 재료로 본을 뜨고 그 위에 촬영한 사진을 옮겨 붙인다. 작품의 제작과정은 말로써 묘사하기에 매우 간단하지만 실상 그 과정은 복잡하고 치밀하다. 카메라 버튼 하나로 시간을 기록하는 예술인 사진과 신이 인간을 만들었듯이 조각가의 혼을 실은 조각을 결합한 작업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권오상, 헤드 앤 캣, 2014, C-Print, mixed media, 36.5 x 26 x 34.5 cm

 

 

 

권오상, 뉴 스트럭쳐 2 신발과 파인애플, 2014, inkjet print, aluminum, 200 x 200 x 150 cm

 

다른 작품으로는 잡지에 나오는 이미지를 오려 크게 확대하여 실을 매달아 스스로 설 수 있게 설치한 사진 조각 작품들이다. 아주 가벼운 조각 작품이며 알렉산더 칼더의 정지된 조각인 스테빌을 차용한 작품들이다.

전시를 보고 나오며 아침부터 긴 이동과 앞서 박물관을 한 군데 들리고 온 조금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온 친구와 나의 선택에 뿌듯해하며 숙소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제주도 문화여행기 1편에 언급했듯이 아라리오 뮤지엄을 떠나려던 찰나에 김창일 회장을 만났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그를 발견해 나또한 함께 사진도 찍고 짧은 대화도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갑자기 자신을 알아보고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당황스러운 요청에 그는 아무말도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던 그가 필자가 전시와 소장품에 대해 물음과 소감을 얘기하자 마침내 그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기쁨의 표현으로 간주했다.

 

이 글 또한 제주에서 보낸 좋은 시간들을 공유하고 싶어 제주도 문화여행기라는 이름을 붙여 전 편과 본 편을 작성하게 되었다. 제주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제주에서 즐길 문화에 대한 작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즐거움을 함께하고 알아주는 이가 있을 때 비로소 웃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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