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인고(忍苦)를 통한 근원(根源)적 탐구-빌 비올라展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빌 비올라(Bill Viola)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비올라(Bill Viola)40년 동안 탐구해온 질문이다. 이런 존재론적 질문에 기초한 탓일까. 빌 비올라(Bill Viola)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바로 부처였다. 화이트 큐브 속 부처는 자극적이지도 강렬하지도 않았지만 내 마음 속 울렁임은 참 거칠었다. 필연적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는 우리에게 그의 작품 속 부처의 모습은 명쾌한 깨달음보다 명백한 충격을 먼저 준다. 답을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탐구하게 하는 빌 비올라의 작품은 그래서 친절하지 않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도치된 탄생, Inverted Birth>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방에 들어서면 5미터짜리 스크린 속 한 남자가 물에 젖은 채 성대한 의식을 치른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리고 영상은 의식을 치르기 전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검은색 물에서부터 시작하여 붉은색 흰색 그리고 무색의 물을 거쳐 증기에 이르기까지 5단계에 걸친 의식은 슬로우 모션(Slow motion)기법으로 시간을 역행해 보여 진다. 물의 내려맞음이 아닌 거둬들임을 통해 세상의 오물에 젖어있는 것 같던 남자는 결국 회색의 바지를 곱게 입은 수도승의 모습으로 정화된다.

 

거둬들임의 과정 속 남자의 얼굴은 갓 태어나 첫 울음을 우는 아기의 얼굴이었으며, 아들을 잃고 오열하는 어머니의 얼굴이었고, 죽음 앞 단말마에 괴로워하는 노인의 얼굴이었다. 탄생과 삶, 죽음을 거치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 우리는 물로 내려치는듯한 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언제 그 고통이 찾아올지 모르는 불안에 떨기도 한다. 하지만 연속되는 고통과 불안에도 끊임없이 삶을 욕망한다. 다시 이 글의 첫줄로 돌아가서 빌 비올라가 답을 찾고자 했던 그 질문을 탐구해보자.

 

빌 비올라가 이 질문의 답으로 제시하는 작품, <도치된 탄생, Inverted Birth>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영상 속 남자와 내가 일치되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여러 겹의 물에 젖은 채 서 있는 내가 영상의 흐름과 함께 물의 거둬들임을 느끼는 것 같다. 아주 천천히 그래서 더 깨끗하게. 빌 비올라의 이런 느린 감성은 영상의 시각적 효과를 드라마틱하게 연출함과 동시에 보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사고를 위한 여백을 준다. 우리는 여백의 시간 동안 물로 매 맞는 그와 그리고 합치된 나를 관조하면서 고통을 새로이 느낀다. 이 고통을 소리 없이 직면해야지만 우리는 비로소 성스러운 원형의 모습 곧 부처의 모습으로 재탄생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본질이며 우리의 숙명적인 사명이다. 즉 빌 비올라는 끊임없는 고통 속 수련만이 우리의 존재를 깨닫게 해줌을 느린 영상을 투사시켜 시사하고 있다.

 

빌 비올라의 작품 속에는 끔찍하거나 자극적인 소재가 없다. 인간과 자연의 물성만으로 엄청난 시각적 자극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가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 속 자연적 재료 때문인지 그의 작품을 통해 느끼는 숭고미는 거대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숭고미와 아주 닮았다. 자연에서 우리는 물리적 존재감을 초월하듯이 그의 작품 속에서도 우리는 존재론적 관조를 이룰 수 있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 속 현대에서의 숭고도 결국엔 자연이란 근원지를 쫓아가는 것이다.

 

전시장소: 국제 갤러리 k2, k3

전시기간: 2015.3.5-5.3

관람시간:  월요일-토요일: 오전10시-오후 6시 / 일요일, 공휴일: 오전10시-오후 5시 

촬영가능여부: 불가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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