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도서관 독립출판 열람실 in 국립중앙도서관

 

지인의 결혼식을 축하하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벌써 봄이라도 온 듯 셔츠에 가디건만 입어도 괜찮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독립출판을 모아둔 전시를 한다고 하여 보러가고 싶었던 참이데, 결혼식 장소와 가까워 가보았다. 독립 출판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하면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작은 서점이나 편집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전부였는데, 국립중앙도서관은 무슨 이유로 독립출판에 주목했을까 궁금해졌다. 

 

 

도착했을 때는 강연을 하고 있었다. 전시기간중 매주 토요일은 독립 출판을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을 초청해 토크타임을 갖고 있다. 3번째 토크 주인공은 '6699프레스' 그래픽 디자이너인 이재영 대표이다.<괜찮아>,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수리법>, <우리는 서울에 산다>, <친구에게>의 책을 출판했다. 70~80명의 사람들이 모여 토크를 듣고 질문을 던지는데 사람들이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독립출판은 그렇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하는 미디어가 아니며 돈을 위한 플랫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일까, 토크를 진행하는 사람도 이를 듣는 사람도 독립출판이 갖는 콘텐츠의 진정성에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자유롭게 출판물을 둘러볼 수 있었다. 400여종 600여권의 책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총 10가지의 카테고리(총류, 예술(미술,비평),문학(시,소설,에세이). 사진, 디자인(건축), 일러스트(드로잉), 만화(그래픽노블), 라이프스타일(여행,요리,패션), 사회(지역,커뮤니티), 유스컬쳐(서브컬쳐,음악))로 나누어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복합 장르가 많고 원하는 주제와 디자인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독립출판을 정해진 카테고리로 나누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조금이라도 체계화하려고 했던 국립중앙도서관의 기획을 볼 수 있었다. 분명 모호한 장르로 여겨지는 콘텐츠들이 있었을 터.  

 

독립 출판물의 재기발랄함. 꼬.깔.콘...드.세.요.

 

 <66100> 66사이즈 여성들을 위한 여성잡지, 기획이 참신하여 외국채널에 소개되기도했다.

 

 제임스 리 맥퀸의 자유로움을 담은 사진집. 이안북스

 

책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점은, 이곳에 있는 출판물들이 완전한(?) 독립 출판물은 아니였다는 점이다. 독립 출판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정의했던 독립출판은 'NO-ISBN'으로 제작자가 만들고 싶은 출판물을 제작부터 공급까지 책임지는 출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국립 중앙 도서관에서는 이 개념을 확장해 '상업'과 '독립'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책을 만드는 스몰프레스 출판사와 일련의 콘텐츠가 대중적 취향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이 취향과 관심으로 출판을 하고 있는 출판사들의 책을 모아 두었다.


워크룸 프레스나 이안북스,작업실+유령, 프로파간다 같은 출판사들의 책은 꼭 독립출판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여도 대형서점에도 만나볼  있어서, 독립 출판이라는 보지 않았던 책들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를 함께 소개하면서 기성출판과는 다른 면모를 발견하고 책의 가능성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점은 독립 출판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굵직한 출판사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거란 기대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서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는 사람들. 

 

독립출판은 장르에 관계없이 체계와 관계없이 하고 싶은 주제와 만들고 싶은 콘텐츠 있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점이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유롭고  진정성이 있는 것이 매력이다. 하지만 독립출판은 대형출판이 갖는 책에 대한 책임감이 적은 편이다. ISBN이 없는 책은 개인이 출판을 하는 접근성이 아주 쉽다. 그렇기 때문에 매거진의 형태로 나오거나 발간호, 창간호를 내고서는 사라지고 마는 안타까운 콘텐츠들이 많다. 수명이 매우 짧은 것이다.

 

장점과 단점의 차이가 큰 독립출판은 다루기가 어렵다. 일반 도서관에 들어가 대여반납의 형태로 사람들한테 읽힐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는 독립 출판물을 주목할 수 있을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많아졌을까. 출판계에서 새로운 씬(scene)을 만들고 있는 독립출판은 그들만의 커뮤니티(워크숍, 강연, 아트북페어 등)을 만들면서 6~7여년간의 실패와 도전을 오가며 버텨왔고, 독립출판을 주목하는 기사와 국립중앙도서관, 상상마당과 같은 곳에서 독립 출판을 알리면서 대중들에게 조금 더 알려지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독립출판을 소장하고 전달하기 전에 대중들이 독립출판에 갖는 관심과 눈높이를 확인하고 가능성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씬이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독립출판의 기반을 다지는 경험을 했다면 한 문화로 자리 잡는 경험을 다시 도전했으면 한다. 그 일이 대중 혹은 자본에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형 출판사에 소개 되었으니 이 책은 성공했어. 많이 컸구나. 와 같은 자본주의적인 논리에 빠져들지 않고 독립출판의 주체성을 갖고 그 자리에서 멋지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보고싶지만 구할 수 없는 책들이 많았는데 판매하고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다. 다시 못 볼 출판물이 있다. 희귀성은 충분하다. 가보았으면 한다.



p.s.

 

1. 전국에 독립출판을 취급하는 곳은 오프라인 매장 38곳, 온라인 매장 2곳이 있다.

2. 전시에 소개되는 출판물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출간된 것을 모았다.

3. 전시도록을 꼭 챙겨서 볼 것. 계간 '그래픽'에서 도록 기획하였는데 구성이 알차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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