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가장 따뜻한 색, 블루(Blue is the Warmest Color, 2013)


 

원제는 <아델의 삶>이다. 미국판 제목은 그래픽 노블 <파란색은 따뜻하다>라는 원작에서 따온 듯 하다. 아델의 삶보다는 'Blue is the warmest color'가 더 멋져 보인다. 

 

영화는 분명 퀴어물이다. 그것도 여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같은 성별으로서 거부감이 느껴졌을 법도 하지만, 둘의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1초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걸 보면 영화를 퀴어물보다는 성장 드라마 정도로 분류하고 싶어진다.

 

영화 초반부터 아델이 파란색 옷을 입거나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보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녀가 원했던 어떤 핵심적인 것을 엠마가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자각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그저 자신이 꿈꿔온 연인의 모습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파란색 머리의 엠마는 머리색처럼 당당하다. 과장되지 않은 태도와 고등학생인 아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착하고 능숙해보인다. 어찌 보면, 엠마는 당연히 아델의 색에 물들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렸고 모든 것에 서툴렀으며, 이제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깨달아가지만, 상대는 이미 뚜렷한 색을 지닌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엠마는 머리색과 똑같은 파란색의 눈동자를 가졌다. 긴장한 듯 잠깐씩 밖에 눈을 마주치지 않는 아델에 비해 빤히 그녀를 바라보는 엠마. 


작품에는 첫 번째 포스터처럼 아델과 엠마가 마주보는 프로필이 자주 등장한다. 마주보는 두 여자의 곡선이 부드럽다. 


아델은 파랗게 물들었다. 둘의 사랑엔 결국 끝이 다가오고, 엠마는 어쨋든 능숙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아델도 이미 사랑이 끝났다는 걸 알지만 나아가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이미 파란색이 입혀졌다. 전 단계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델은 다음 상대를 파란색으로 물들일 수도 있고 혹은 다시 한번 상대의 색깔에 자신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Oh I beg you can I follow

Oh I ask you why not always

Be the ocean where I unravel

Be my only be the water where I'm wading

 

You're my river running high

run deep run wild

 

I I follow I follow you

deep sea baby I follow you

I I follow I follow you

dark doom honey I follow you

 

당신을 따라가도 되나요

왜 항상 안 되나요

내가 흘러드는 바다가 되어줘요

내가  헤엄치는 유일한 물이 되어줘요

그대는 나의 강,

높고 깊고 거세게 흐르는

 

난 당신을 따라가요

깊은 바다로 당신을 따라가요

난 당신을 따라가요

비극적인 결말로 따라가요

 

 

He a message I'm the runner

He the rebel I'm the daughter waiting for you

 

You're my river running high

run deep run wild

 

I I follow I follow you

deep sea baby I follow you

I I follow I follow you

dark doom honey I follow you

 

 

당신은 메시지, 나는 그걸 전하는 사람

당신은 반역자, 나는 당신을 기다리는 딸

 

그대는 나의 강,

높고 깊고 거세게 흐르는

 

난 당신을 따라요

깊은 바다로 당신을 따라가요

난 당신을 따라요

파국을 향해 당신을 따라가요


 


내가 다른 누군가로 인해 전혀 나답지 않은 것으로 채워지고 물드는 것. 이것이 나를 소모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결국 마지막이 오면 아무 것도 남지 않아서 탁해지는, 이별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검은색이 되어버리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상대가 아름다운 색을 지닌 사람이라면, 나를 더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여주는 사람이라면 인연이 끝나도 나는 더 다채롭고 깊어진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색의 빛이 더하면 더할 수록 밝아지는 것처럼.


상대가 마냥 좋아 내가 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왜 너는 내가 되길 바라지 않냐며 어리광 부리던 날들이 떠올랐다. 후에 지금의 관계는 어떻게 기억될까. 과거의 지금보다 더 어리숙했던 나와, 잠시 멀리서 현재의 나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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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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