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영화 '보이후드'를 보고 - 한뼘과 한뼘사이


종종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루는 길지만 1년은 왜 이리 짧지?'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 한달이 갔네?' 마음은 아직 예전과 다를게 없는데, 시간은 흐르고, 자꾸만 급해집니다. 그렇게 조급함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무렵 영화 '보이후드'를 보았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남매인 메이슨(엘라 콜트레인 분)과 사만사(로렐라이 링클레이터 분)의 12년간의 유년시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습니다. 두 사람은 영화에 자주 나오는 극적인 설정의 남매가 아닙니다. 고아도 아니고 재벌도 아닙니다. 그냥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의 얼굴입니다.

 

감독의 전작 역시 언급해야 겠죠. 연출을 맡은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비포 시리즈의 각본을 쓰고 감독했습니다. 사랑의 생로병사를 모두 다뤘다는 점에서 전세계 영화팬들의 꾸준한 사랑받는 시리즈입니다. (아트앤팁에서도 '비포시리즈'를 다룬 적있었죠. http://artntip.com/568)

 

사실 '보이후드'는 내용보다 형식으로 더 유명합니다. 12년간(2002년~2013년) 같은 배우를 데리고 찍었기 때문이죠.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1년에 3~4번 정도 매년 모여 러닝타임의 15분 분량을 촬영했다고 해요.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매번 같은 시기에 시간을 비워놓아야 하는 꽤 길고 귀찮은 작업을 해낸 셈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 흐른다는 점을 인지하기 힘들다는 점이죠. 분명 아이들은 커가고 주변환경도 변하는 데 말입니다. 메이슨은 분명 자라고 있었습니다. 때론 장발에서 빡빡머리가 되기도 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며, 아버지(에단 호크 분)와 나누는 대화 주제도 달라져 갑니다.


물론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에요. 부모님은 이혼하고, 주정뱅이 새 아빠를 만나며, 첫사랑과 헤어지고, 쫓기듯 이사도 갑니다. 영화는 살면서 한번쯤 들어보거나 일어날 법한 일을 건조하게 스케치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통과하면서 어느덧 메이슨은 18세가 됩니다. 갑자기 시간을 점프한 것이 아닙니다.

 

어느덧 올해 달력도 한 장만 남았습니다. 괜히 울적해지는 순간이죠. 바뀐 게 하나도 없는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근데, 제가 영화로 지켜본 메이슨도 그랬습니다. 한뼘 두뼘 자라는 일은 눈에 잘 뜨이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몇 뼘이 모여, 큰 보폭을 만듭니다. 그 사이 소년은 청년이 됩니다.


어쩌면 저도 메이슨과 비슷한 보폭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가 바뀌지 않는다고 전전긍긍하던 제 모습이 겹쳤습니다. '보이후드'는 담담히 소년이 통과한 시간을 보여주며 다독여줍니다. 저 역시 한뼘과 한뼘 사이에 서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조용히 건네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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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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