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 연말을 함께 해줘서 고마운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이 영화에 관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 마음이 너무 간절했지만 나는 쉽사리 글을 쓸수가 없었다. 내가 감히 이 영화의 메세지를 글로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컸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문과공부를 하고, 대학교에 올라와서는 디자인과 사회과학을 전공했다. 지극히 인문학적이고 사회과학적인 사고와 지식체계를 갖춘 사람이다. 이 글을 쓰위해 저 책장 어딘가에 있는 우주과학책을 꺼내어 읽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 글은 나같이 자연과학과 친하지 않는 사람조차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최소한의 자연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최대한 쉽게 영화 속 메세지를 풀어내어보려고 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세상이 온통 흙먼지로 뒤덮이고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세상이 온다. 인류가 남용하여온 지구가 오염되면서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과학 기술의 개발보다 '식량생산'이 더욱 시급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아내를 잃고 어린 딸과 아들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던 쿠퍼는 인류의 새로운 터전을 찾는다는 임무를  가지고 사랑하는 자식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주로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쩌면 뻔하디 뻔한 영웅 스토리라고 할 수 있으나 실제로 영화를 보면 뻔함이나 지루함은 찾아볼수가 없다. 일단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라서 깨끗한 영상미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필름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과학적 스토리를 풀어내는 아이러니는 놀랍게도 훌륭한 조화를 보여준다.  영상이라는 필연적인 허구성을 가진 매체가 그 허구성을 인정하고 고유의 미학을 담아내면서 오히려 현실성이 느껴진다.

 

 

 영상미와 더불어 또 하나의 아름다움은 바로 '음악'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은 과연 어디일까?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인간에게 '놀라움'은 낯선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 인간에게 우주는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다. 게다가 인간은 본연적으로 나의 '기원'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에 그 기원의 답이 될 수 있는 '우주'라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우주가 가진 무한함은 우리를 항상 낙담시켰다. 이런 이유에서 정답이 없는 '우주'라는 공간을 '시각'이라는 하나의 명확한 실체로 표현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 일수밖에 없다. 더불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이 조용한 공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인터스텔라' 속  클래식한 음악은 그 무한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공허함과 격정이 어우러지는 음악을 듣고있으면 우주에는 고요함이 아닌 이런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을 것만 같다. 

 

 

 영화의 핵심 스토리는 아버지의 자식을 위한 사랑이 인류를 위한 위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성적인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놀란 감독이 이번 영화의 끝자락에 남겨놓은 것은 놀랍게도 바로 '사랑'이었다. 뻔한 메세지이지만 그것을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표현법은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풍성하게 채워나간다. 킵손이라는 물리학자의 이론을 갈등이 담긴 스토리로 표현해내는 조나단 놀란의 의 능력이나 그것을 비주얼화하여 현실적인 영상으로 담아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능력, 이 두 형제의 합주는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에서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주속 공간은 대개 우리의 상상으로 그려지는 것이기때문에 이것을 비주얼화시켜야하는 영화감독에게는 관람객의 상상력을 뛰어넘어야하는 엄청난 과업이 주어진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것을 비교적 잘 해내었다. 많은 사람들이 '웜홀'이라는 이론적 사실이 표현된 결과물에 놀라워했다는 것은 이 영화의 성공을 보여주는 바다. 

 

 

 이 영화, 2014년의 끝자락에 나와줘서 정말 고맙다. 벚꽃이 예뻤던 봄이 아니고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아닌, 낙엽이 떨어지고 모든 것이 소멸해져가는 이 연말에 찾아와줘서 고맙다.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하고 위태로웠던 한 해였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이 세상을 떠나갔고, 그들의 빈자리에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얼룩졌다. 그리고 그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멜로 영화나 속 시원하게 사회를 비판해내는 풍자 영화가 아닌 이 공상과학영화가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초자연적인 '사랑'이라는 메세지 때문이다. 그 광활한 우주에서 결국 주인공을 살리는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미약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랑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그것을 초월하는 힘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약한 우리 인간들은 사랑이 만들어내는 기적에 또 다시 희망을 걸게된다.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영화 속 사랑이 보여주는 이 기적의 결과를 보면서 '사랑'의 힘을 다시 믿게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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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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