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생선 비린내처럼 강렬한 쿠르베, 작가 이불

이불, <장엄한 광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이불’전이 전시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1명씩 국내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첫 작가로 이불이 선정됐다. 세계적인 작가 이불. 난 그녀에 대해서 무지했다. 그렇기에 전시장을 찾기 전에 그녀의 전작과 발자취를 따르며 조금더 그녀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녀의 작품을 수식하는 수식어들은 강렬하고, 파격적이고, 문제적이라는 것이었다. 그 중 199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생선이 부패하는 과정을 담은 설치 작품인 <장엄한 광채>가 다양한 매체로 인해 잔혹성에 무뎌진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실제 살아있는 생선을 구해서 생선의 표면에 플라스틱 조화와 구슬을 하나씩 박아 놓고, 핀으로 연결되어 있는 꽃들은 생선의 부드러운 살을 뚫고 전시가 진행되면서 자신의 살을 뚫고 들어온 날카로운 바늘에 의해서 생선은 죽어간다. 이후 생선은 죽어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줄어들며 나중에는 생선 썩는 냄새가 전시장 전체를 진동하게 된다.


이 작품을 보고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쿠르베의 작품이 떠올랐다. 쿠르베는 그림에서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재현하며, 부르주아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작품을 그린 화가이다. 1855년 파리 박람회에서 자신의 그림이 거부되자 전시관을 짓고 '리얼리즘' 이라는 이름으로 반관전을 열었다. 쿠르베는 1861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그림은 본질적으로 구체적인 예술이다. 그러므로 그림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추상적인 것, 보이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은 그릴 수 없다."


이후 쿠르베는 1871년 파리코뮌 당시 방돔 광장의 나폴레옹 동상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망명하게 되었다. <송어>는 바로 그해에 그려졌다. 바늘에 꿰어 뭍으로 올라와 헐떡이는 송어의 절박한 모습에다 자신의 상황을 오버랩시킨 것인지도 모르겠다. 쉽게 부패되는 생선은 육체의 물질성, 유한함을 드러내기 적당한 소재이다.


구스타브 쿠르베, <송어>


이처럼 반항정신으로 가득한 두 작가에게 '생선' 이라는 유한한 소재의 사용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 같다. 살아 있을때는 강한 생명력으로 꿈틀거리지만 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추하고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바짝 말라가는게 인간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인간만이 육신의 죽음 뿐만 아니라 영혼의 죽음이 그러한 모습으로 변하게 한다는 것이다.


* 이불 작가의 도미부인 시리즈, 박영택 교수, 「넷향기」, 이은기, 김미정, 「서양 미술사」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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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 마지막 구절이 정말 와닿아요
        화려한 꽃장식 뒤로 썩어가는 생선이 겉만 치장하고 영혼과육체는 비어버린 인간같이 느껴지네요

      • 작가도 그걸 의도하고 작품을 만든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런 메시지를 오롯이 전해 받은 것 같아 짜릿한 교감이 되었구요. 지지님께서도 그 부분을 저와 동감하신것 같네요. 전 또 작품제목에서 '장엄' 이라는게 중의적인 의미 같기도 했어요. 장식했다는 의미 일 수도 있고, 씩씩하고 웅장하다는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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