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코 미술의 대표작,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Jean-Honoré Fragonard, The Swing, 1767, Oil on canvas, 64.2×81cm, Wallace Collection, London


프랑스 역사에서 1767년은 사치와 향락이 극에 달해있던 시기였습니다. 덕분에 대혁명의 기운이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음침하게 거리를 뒤덮고 있었지요. 당시 프랑스의 상류층은 루이 15세를 중심으로 공기를 부술 듯한 굉음을 내뿜으며 멈추는 것을 잊어버린 증기 기관차처럼 점점 더를 외치며 쾌락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약에 절은채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그런 이미지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덕분에 당시 귀족층들이 즐겼던 미술 작품들은 회화, 조각, 건축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마치 그들의 생활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결코 실용적이지 않은 화려함 만을 담고 있었습니다. 겉보기엔 이쁘지만 과할 정도로 미끈거리기만 해서 결코 아름답다고 하기 어려운 로코코 미술이 유행한 것입니다. 물에 젖은 비누를 손에 쥔 채 감상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시기의 미술을 로코코 양식이라고 한 것입니다. 로코코(Rococo)라는 단어가 본래 분수대를 장식하는 미끈한 조약돌 혹은 조개 껍질을 의미하는 로카이유(rocaille)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시대 속에서 탄생된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는 로코코 특유의 아기자기한 '이쁨'이 돋보이는 가운데 귀족층들의 향락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직까지 주문자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어느 중년의 귀족 남자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로 화면 오른 쪽의 숲 그늘에 서서 열심히 그네를 밀고 있는 남자이지요.


그리고 그네에 앉은 젊은 여인은 그의 정부입니다. 어떤 의도로 이 그림을 그렸는지 관련 기록이 전해지지 않아 알 수 없으나 그림에서 드러나는 것만 놓고 보더라도 이 여인은 그림의 주인공이고, 화가의 애정을 듬뿍 받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두운 터널에서 솟아 나온 한 줄기의 빛과 같은 느낌으로 홀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힘찬 운동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두운 현실 속 한 자락 희망과 같은 느낌같네요.


그리고 화면 왼 쪽에 드러누운채 환호하고 있는 젊은 남자는 분명 이 여인의 또 다른 정부입니다. 그 둘 사이에 배치된 사랑의 요정, 큐피드 조각상이 조용히 하라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으니 둘 사이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둘 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여인은 왼 다리를 살짝 올려서 치마 속을 보여줄듯 말듯한 자세로 자신이 사랑하는 젊은 연인을 희롱하고 있습니다. 행위 자체는 분명 외설적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아기자기한 로코코 화풍에 힘입어 외설적이기 보다는 귀엽게 보입니다.


그리고 한껏 뻗은 발은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가 있고, 발에서 빠져나온 구두는 끝 모를 상승감을 지닌 채 허공에 떠 있습니다. 하늘에 대고 새총으로 쏜 듯한 운동감마저 느껴지네요. 이러한 모티프들은 그네를 밀고 있는 늙은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한 여인이 젊은 정부를 통해 오르가즘을 느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로코코 미술이 워낙 사치스럽고, 성적 에너지가 충만한 시대에서 탄생한 미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로코코 미술은 겉 보기에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고, 소위 블링블링해 보이지만 그 내용을 따지고 보면 쾌락과 사치의 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으로 인해 로코코 미술은 금세 사그러지게 됩니다. 일단 대혁명의 숙청 대상이었던 왕실, 귀족들의 미술이었고, 대혁명 당시에 유럽 전역을 휩쓸게 된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 사상 때문에 감성을 주제로 한 로코코 미술은 타파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현재에 와서는 로코코 미술이 '미술답게' 일단 이쁘장하니 전시회의 단골 주제로 다뤄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치와 향락의 발현이었던 로코코 미술은 무엇보다 아름다움을 중요시 여기는 미술이라는 범주 안에서 봤을 때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좋을까요? 단순히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하여 비판의 시각으로 봐야 좋을까요? 아니면, 그럼에도 아름답다라며 현대 시각으로 감상하는게 좋을까요? 미술에는 여러가지 역할과 기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답을 하나로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분이라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네요 :)



p.s. 더불어 그림 속 여인의 모티프가 된 실존 인물의 말로가 어떠했을지도 궁금해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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