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빛 청자



<청자동녀형연적>, 12세기,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 맑은 하늘 빛이 산뜻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하늘 색의 미묘한 아름다움은

곧잘 청자의 푸른 빛깔에 비유되어

'우후청천색(雨後晴天色)'이라는 말이 생겨났지만,

무심코 고려 청자의 이 푸른 빛을 들여다 보노라면

정말 비 갠 후의 먼 하늘처럼 마음이 한결 조용해진다.


마치 고려 사람들의 오랜 시름과 염원,

그리고 가냘픈 애환을 한꺼번에 걸러낸 것만 같은 푸른 빛.


으스댈 줄도, 빈정댈 줄도 모르는

그리고 때로는 미소하고, 때로는 속삭이는

또 때로는 깊은 생각에 호젓이 잠겨 있는

이 푸른 빛이 자랑스러워

고려 사람들은 '비색(翡色)'이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p. 91


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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