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백자대호전 in 인사가나아트센터




알랭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백자 달항아리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이 항아리가 겸손한 이유는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여서다. (중략) 항아리는 궁색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존재에 만족할 뿐이다."


이 말은 서구식 선입견에서 볼 때 백자 달항아리가 좌우 대칭이 완벽하게 맞지도 않고, 표면도 마치 르네상스의 매끈한 대리석 조각처럼 깨끗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변색이 되어 있어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알랭드 보통은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이런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은은하게 보여준다고 하였다. 달항아리의 진짜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 모습이 더 잘난 것이다"라며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알랭드 보통은 백자 달항아리를 두고 '겸손의 이상'을 담고 있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의 백자에 심취했던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는 훗날 하버드 대학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중국, 일본, 조선의 도자기 순으로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 조금 알고 나면 중국, 조선, 일본 순으로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도자기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조선, 중국, 일본 순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같은 청화백자라도 중국의 청화백자와 조선의 청화백자는 큰 차이가 있다. 처음 접할 때는 중국 청화백자의 진한 청화 문양에서 우러나온 화려함에 매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완벽해서 보면 볼수록 질리거나 느끼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조선의 청화백자는 화려함도 지닌 동시에(특히 조선 초기 왕실용 청화백자에서) 파란색을 가지고 이렇게 은은하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화려하고, 이쁘게 만든다는 차원을 뛰어 넘은 것이라는 얘기이다.


버나드 리치는 아마도 이런 점을 두고 위의 얘기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그가 1935년에 백자 달항아리를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갑니다"라고까지 한 것을 보면 백자 달항아리 특유의 은은한 유백색과 완벽함에 굴복하지 않은 비정형도 그의 조선 백자 예찬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시끄럽고 소란스럽기만 한 휴일의 인사동 거리 중간에 자리 잡은 인사가나아트센터는 이처럼 은은하고 고요한 조선 백자 달항아리 덕분에 마치 홀로 유유자적하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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