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환상으로 가는 가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통로같았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마그리트 미술관을 둘러보고 난 뒤의 느낌입니다. 초현실주의 사조라고 분류되긴 합니다만, 그의 그림은 완벽한 허구라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허구와 현실 그 사이 어느 좌표에 마그리트의 작품은 놓여있죠. 우주의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잇는 웜홀에 비유하면 적당할까요.

 
우선 그의 그림은 보는 사람을 '낯설다'는 느낌을 주죠. 신사들이 건물 사이를 떠돌고('겨울비'), 눈 속에 하늘이 투영('잘못된 거울')되어 있기도 합니다. 날개단 신사와 사자가 병치된 '향수'는 고전에서 튀어나온 환상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주 등장하는 재료 탓이죠. 신사, 생선, 새, 하늘 등은 모두 현실에서 자주 볼수 있는 소재입니다. 기하학적 패턴을 지닌 추상화라고 표현하긴 조금 애매하고, 그렇다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정물화라고 말하기도 난감한, 묘한 작품세계죠.


그가 택한 방식은 '익숙하지 않은 배치'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의 배열과 위치를 미세하게 조율해 관객에게 '낯섬'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는 '데페이즈망'이라고 불리는 미술기법인데요, 본래 ‘사람을 타향에 보내는 것’또는 ‘다른 생활환경에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오브제를 엉뚱한 곳에 배치시켜 시각적 충격을 안겨주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죠. 1929년에 그린 '이미지의 배반'이 대표적입니다. 파이프를 그려놓고 밑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은 마그리트의 문제작(?)이었죠.

 

앞서 언급한 '겨울비', '잘못된 거울', '향수'를 포함해 생선과 사람을 한데 묶은 '집합적 발명', 중절모 쓴 신사의 얼굴 앞에 사과를 배치한 '대전쟁' 등도 비슷한 맥락의 그림입니다. 

 

그럼 그림과 함께 살펴볼까요?

 

'이미지의 배반'

 

 '잘못된 거울'

 

'두 연인'

  

'겨울비'

  

'지평선의 신비'

 

 '대전쟁'

 

'살아있는 예술'

 

'세헤라자데'


'피레네의 성'

 

 '빛의 제국'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면 환상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 한가운데에 서있는 기분이 듭니다. 현실을 잠시 까치발을 든 느낌이랄까요. 보는 순간 만큼은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듯 말이죠.

일상에 지쳐있다가도 그의 그림을 보면 순간의 쉼표가 찍힙니다. 하지만 이도 잠시뿐. 결국 현실에 맞닿은 환상임을 깨닫고 묵묵히 가던 길을 가게됩니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다음 날의 출근하는 날처럼요.

 

 

2년 전 마그리트 갤러리에서 브뤼셀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비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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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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