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 음악으로 휴식을 취한 화가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은 본업이 아닌 취미 생활이나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내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해야할지 영 감이 안잡히기도 한다. 우리가 시간의 주인이 아닌 시간의 대리인으로 살아 가고 있다는 방증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목적있는 배움이나 투자가 아닌 즐기기 위한 시간들이 사치스럽다고 느끼는 것같다. 하지만 나의 선택에 의한 시간은 큰 의미를 갖는다. 자유의 시간은 현실의 골칫거리는 생각나지 않고 일종에 황홀경에 빠지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한다. 또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한다. 이처럼 멋진 '딴 짓'에서 나오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영, 정조의 문예부흥기에 시 잘 짓고, 글 잘 썼던 화원이 있었다. 18세기 조선 예원의 총수 표암 강세황은 "음률에 두루 밝았으며 거문고, 젓대며 시와 문장도 그 묘를 다하여 풍류가 호탕하였다"고 「단원기」 에서 적었으며, 조선 후기 문신이자 학자였던 성대중은 그의 퉁소 연주 솜씨를 듣고 신성을 연상케 할 만큼 걸출한 것이라 감탄하였다. 그가 바로 <씨름>과 <무동>처럼 조선적인 토속미 넘치는 풍속화를 그린 화가 김홍도이다.


단원 김홍도는 실제로 음악의 대가였고, 빼어난 시인이었으며, 또한 일찍부터 평판이 높았던 서예가 였다. 이를테면 그는 시서화 삼절에 음악까지 더하여 시서화악 사절이라는 없던 말을 지어서 형용해야 할 인물이었던 것이다. 김홍도는 그의 그림에서처럼 음악에도 우리만의 독특한 정서가 농익게 배어나게 하였다. 


김홍도, 단원도, 종이에 수묵 담채, 78.5 x 135 cm, 개인소장


단원 김홍도가 자신의 집에서 가졌던 조촐한 모임을 회상하여 그림 <단원도>를 보아도, 김홍도는 우리 겨레만의 고유 악기인 거문고를 타문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자화상적인 성격이 매우 짙은 <포의풍류도>에는 당비파라는 점잖은 악기를 뜯는 모습을 그려져 있고, 비슷한 성격의 또 다른 작품인 <월하취생도>에는 맨발 차림으로 생황을 부는 소탈한 모습의 인물이 보인다. 그 밖에도 신선도나 풍속도를 막론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인물을 그린 작품은 여타 화가에 비하여 단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오주석,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1』, pp. 108-112


김홍도, 포의풍류도, 종이에 수묵 담채, 27.9 x 37 cm, 개인 소장


김홍도, 월하취생도, 종이에 수묵 담채, 23.2 x 27.8 cm, 간송미술관 


문인들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여기로 그렸던 그림이 도화서 화원인 김홍도에게는 일이었다. 조선의 천재 화원에게도 탈출구이자 해우소가 필요 했을 것이다. 음악과 시짓기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퉁소를 불고 음악을 즐기는 일의 수준이 아마추어 이상의 대가의 수준이었다는 기록에 의하면 그만큼 김홍도가 음악에 열중한 많은 시간을 짐작해 볼 수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하는 책 사이에 껴서 읽는 것만큼 재밌을 때가 없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큼 짜릿한 시간이 없으리라. '쉼'이 저당 잡힌 자유를 회복하는 시간이라 짧고 소중한 것 같다. 강신주 철학 박사가 자유에 대해 집약적으로 자신의 책에서 역설한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진정한 자유라는 건 선택지 자체를 자기가 만들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거예요. 

강신주, 『강신주 다상담 3』, p.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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