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by 김연수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다가 위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은 눈으로 읽고, 다시 한 번 소리내어 읽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이 문장에 이끌려 김연수의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을 읽게 되었다.

 

100퍼센트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

 

나를 매료시킨 하나의 문장과 가녀린 여학생의 뒷모습이 보이는 표지는 이 책을 마냥 풋풋한 연애소설로 한껏 기대하게 만든다. 책의 도입부는 미국으로 입양된 카밀라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한국에서 입양된 미국의 카밀라, 동백꽃이라는 의미를 지닌 카밀라가 자신을 낳아준 진짜 엄마, 100퍼센트의 엄마를 찾아 한국 땅을 밟고 진남으로의 여정을 그린 책이다.

 

"출판사의 편집자가 에이전트에게 전화해 빈 공간을 채우는 논픽션을 제안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건 운명이 부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빈 잔은 채워지기를, 노래는 불려지기를, 편지는 전해지기를 갈망한다. 마찬가지로 나는 돌아가고자 한다. 진짜 집으로. 나의 엄마에게로."

 

카밀라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나를 왜 버린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진남으로 향한다.

속을 알 수 없는 진남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하며 찾아다니는 카밀라의 엄마 '정지은'과 얽힌 사건과 그에 관한 진실과 거짓을 오가며 자신의 엄마를 찾아가는 카밀라. 결국 카밀라는 자신의 엄마가 고등학생의 나이로 자신을 낳고 다음 해에 진남 앞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 이유와 엄마가 사랑한 남자 즉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끝까지 파헤치려 한다.

 

나는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카밀라의 한국 이름인 정희재가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저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카밀라가 더 이상 상처 받는 모습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힘든 과정들이 그녀가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필연적인 숙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정지은의 자살 사건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카밀라의 엄마는 결국 슬픔에서 자라나 슬픔 속에서 눈을 감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에게도 희망을 갖게 하는 '날개'는 바로 정희재였을 것이다. 무성한 소문과 가족에 대한 아픔 속에서도 정지은의 뱃속에서 자라난 희망의 아이였던 정희재. 엄마가 지키려 했던 것은 쓸데없는 진실이 아닌 하나의 나약한 생명이었을 것이다. 아래의 시는 정지은이라는 어린 엄마가 20년 뒤의 희재에게 쓴 시의 한 부분이다.

 

어느 저녁, 洋館에서

─ 20년 뒤의 희재에게

 

기다림이 하나의 계절이 되었다

멀리 있는 어스름, 멀리 있는 물푸레, 멀리 있는 우물

여기에서 모든 것은 서로 나란히 떨어져 서 있으니

안개가 만든, 안개를 닮은, 안개의 너와 나

 

안개의 너와 나. 보일 듯 하지만 볼 수 없는 엄마와 딸. 축복받을 수 없는 아이를 낳고 앞바다에 뛰어든 소녀이자 엄마인 정지은은  진남 앞바다에서 언젠가 만날 동백꽃을 닮은 카밀라, 정희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바다의 잔잔한 파도 물결처럼 조용하지만 영원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자식은 엄마의 일이다. 자식을 지키고 사랑하는 것이 엄마의 일인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읽고 나서도 가슴이 먹먹했다.

우연히 읽게 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책이 되었다.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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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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