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내가 믿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작은 배 한 척에 의지하며 생존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도 함께 보여주는 바다의 풍경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탄탄한 스토리와 열린 결말과 반전이 바다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알찬 볼거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파싱에서 파이로 - 극복


영화 전반부의 파이는 영어로 오줌의 뜻을 가진 파싱이란 이름으로 놀림을 받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파이는 자신의 이름인 파싱 파텔을 줄여 파이가 된다. 수학의 원주율 파이를 가리키며, 자신의 이름을 설명하며 친구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어느 날은 3.14... 원주율을 칠판 4개를 꽉 채워가며 파이를 쓰기도 한다. 이때부터 파이는 놀림 받는 파싱에서 대단한 파이가 된다.


3개의 종교 - 이성


파이는 형과의 내기에 져서 우연히 교회의 성수를 마시게 된다. 자연스럽게 파이는 기독교에 빠지게 되었고 점차 3개의 종교를 모두 믿는 소년이 되었다. 다리 한 쪽이 불편한 아버지는 많은 신을 믿으며 기도를 하였고 다리가 낫길 바랬지만, 아버지 다리를 낫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서양식 의료기술이었다. 아버지는 종교가 성립되는 데까지 수 천년이나 걸렸지만 과학은 한 세기면 충분했다며 파이에게 '이성'을 믿으라고 강조한다. 아버지의 이 말은 영화 후반부에서 파이가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중요한 근간이 된다.



파이와 뱅골 호랑이 - 용기


아버지는 사업상 이유로 운영하던 동물원을 접고, 가족을 데리고 인도를 떠난다. 땅은 인도 시의 소유였지만 동물원의 다양한 동물들은 아버지의 소유였기에 새 출발을 위해 동물들을 팔기로 한다. 인도를 떠나는 큰 배에는 동물들과 함께 파이의 가족이 탄다. 저녁식사 후 배에 모든 사람들은 잠이 든다. 심하게 흔들리는 배에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가 들리고, 파이는 잠에서 깬다. 천진한 파이는 폭풍을 구경하러 혼자 바깥으로 나온다. 거센 파도와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구경할 상황이 아니었다. 거센 폭풍우에 배가 흔들려 중심을 잃고 배 안에는 물이 가득 차고 있었다.


가족들을 보지 못한 채 파이는 구조선에 올라타게 된다. 차라리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숨 쉴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날이 밝아 잠잠해진 바다 위 배 한척에는 파이와 리차드 파커(뱅골 호랑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가 남는다. 뱅골 호랑이를 제외하고 다른 동물들은 서로 죽이고 먹히며 모두 죽었다. 파이와 리차드 파커만 남게 된 것이다. 이 둘의 운명은 작은 배 안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에 들어간다.


이 영화는 호랑이를 동화 속 주인공처럼 친구로 만들지 않았다. 매우 본능적인 동물이었다. 침몰하는 배에 탈출한 기쁨은 잠시, 망망대해 위에서 벵골 호랑이와 단 둘이 있어야만 하는 현실은 비참하고, 두렵기만 하다. 고요한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파이와 호랑이의 대치는 영화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파이가 점차 호랑이를 길들이면서 이러한 긴장감은 해소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성인이 된 파이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같은 이야기를 2가지 버전으로 친절하게 해석해준다. 하나는 뱅골 호랑이와 사람이 배 한 척에서 버텨낸 생존이야기, 다른 하나는 생존한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잔인한 이야기이다. 


이 2가지 버전은 망망대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질러야 했던 상황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믿고 싶은지에 대해 묻는다. 한 소년의 인내와 용기에 관한 스토리에서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은 흥미로운 호랑이 스토리일까 극한 상황 속의 사람들 이야기일까? 성인이 된 파이는 직접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신의 존재가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3개의 종교를 한 번에 믿고 공부하는 것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본 영상은 호랑이 스토리였지만, 어른 파이는 등장인물이 다른 버전을 통해 또 다른 영상을 보여준다. 즉 영화는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고 열린 결말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믿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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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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