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의 시리즈로 보는 사랑의 기록, 영화 <비포(Before) 시리즈>

 

사랑하는 사람과 싸울 때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사랑하면 싸울 일도 없고 더불어 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깊게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만큼 서로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느냐가 사랑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이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3편의 로맨스 영화 시리즈인 일명 '비포 시리즈'에서는 '대화'가 통하는 이상적인 커플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3편의 시리즈물 소개와 함께 나에게 아름다운 잔상을 남긴 장면과 대사를 소개하려 한다.

 

우연한 만남 그리고 그들의 약속,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비포 선라이즈>는 미국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1995년에 제작한 영화이다.

영화는 유럽횡단 기차에서 셀린느(줄리 델피)는 말다툼을 하고 있는 중년 부부로 인해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자연스레 제시(에단 호크)와 이야기하면서 시작되고 비엔나에서 둘만의 충동적이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영화 시리즈에서는 오직 두 사람만의 대화가 영화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 속에는 제시와 셀린느가 어떻게 인생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는 지 그리고 사랑에 대한 생각 등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비엔나라는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고 두 사람이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오고야 만다. 그들은 6개월 뒤 우리가 만났던 이 곳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고 그렇게 헤어지면서 영화가 끝난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셀린느가 진정한 사랑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다.

"어제 너가 한 말...오래된 부부는 서로 뭘 할지 뻔히 알기에 권태를 느끼고 미워한다고 했지 내 생각은 반대야. 서로를 아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거야. 머리를 어떻게 빗는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건지 그게 진정한 사랑이야."

 

새로움과 설레임이라는 어색한 감정에서 사랑을 시작하고 점점 상대방을 알아가며 익숙해진다.익숙해지면서 설레임은 사라지고 그 사람의 대답, 행동 등이 파악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익숙함과 편안함을 지루해하고 권태기라 칭하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커플들이 대부분을 이룬다.사랑에서 중요한 것이 얼마 가지 못할 설레임인지 아니면 편안함에서 나오는 서로를 향한 진정한 이해인지 셀린느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들은 6개월 뒤 정말 만났을까? <비포 선셋(Before Sunset)>

 

 

비포 선셋을 본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6개월 뒤 다시 만나자고 한 약속이 정말 지켜졌을 지, 그들의 모습은 어떠할 지 미치도록 궁금했기 때문이다.

 

2004년에 제작된 영화 <비포 선셋>의 첫 장면은 9년 뒤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결국 6개월 뒤에 만나지 못했다. 제시는 6개월 뒤 약속 장소로 갔지만 셀린느는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인해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셀린느가 비록 그 날에는 갈 수 없었지만 며칠 후에라도 왜 가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혹은 당일날 그 기차역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안내방송을 보내달라고 할 정도의 노력은 왜 하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영화가 후반부로 가면서 나는 셀린느보다 제시가 더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나기로 했던 날에 셀린느가 오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여 2~3일동안 그 곳에 머물었으며 그녀를 찾기 위해 셀린느와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했다는 제시의 간절한 사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렇게 이 둘은 9년 동안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가 진행된다.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였던 제시는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가왔음에도 셀린느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녀의 소파에 앉아 셀린느의 자작곡과 춤을 보며 미소를 짓는 제시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왈츠를 부르는 셀린느를 보여주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남들이 뭐라든 그날의 사랑은 내 전부랍니다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어 그날 밤의 연인이 되고 싶어 어리석은 꿈일지라도..."

 

비포선라이즈에서도 좋은 대사들이 많았지만 셀린느가 만든 제시를 생각하며 만든 왈츠곡이 단연 최고였다. 셀린느에게도 그 날의 사랑이 자신의 전부였다는 것을, 지금도 그 사랑이 전부라는 것을 말해주는 달콤한 사랑 노래 였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은 깊어지다.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비포 선셋> 이후 9년이 지난 2013년에 <비포 미드나잇>으로 제시와 셀린느가 돌아왔다.

1편에서는 기차 안에서의 환상적인 만남, 2편에서는 운명적인 재회 였다면 3편에서는 여자 쌍둥이의 엄마와 아빠가 된 제시와 셀린느 부부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들이 싸우게 되는 계기는 제시가 이혼하게 되어 혼자 남겨진 불쌍한 아들과 조금이라도 함께 있어하고 싶은 마음에 시카고에 가서 사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자 셀린느는 자신의 일을 포기하면서 시카고로 갈 수 없다는 팽팽한 의견 차이로 시작된다.전작들에서 낭만을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정말 현실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스로 여행을 왔음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말다툼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셀린느는 화난 감정을 참을 수 없어 호텔방을 빠져 나온다. 여기서도 제시가 셀린느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그녀를 어떻게 하면 진정시킬 수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제시와 셀린느는 야외 카페에 앉아 자신들의 사랑에 대한 기록을 회상하고

화해를 하게 되며 영화가 아름답게 마무리 된다.

 

 

어떤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연인 중 한 사람이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절대 그 끈은 끊어지지 않는다."

비포 시리즈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은 제시였다. 6개월 뒤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던 그녀를 찾기 위해 직접 그녀와의 사랑 이야기를 쓴 책을 출판하고 재회하고 나서 끝내 아내와 이혼하고 셀린느에게 돌아온 사람이 제시였기 때문이다.

 

비포 시리즈처럼 운명적인 만남, 낭만적인 사랑은 없을 지라도 내 삶에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나를 많이 사랑해주는 제시같은 사람이 있길 바라며 1편에서 길거리의 시인이 두 사람을 위해 써준 시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백일몽과 같은 망상 리무진과 같은 속눈썹

오 그대 예쁜 얼굴로 내 포도주잔에 눈물을 흘려주오

저 큰 눈을 보라 그대는 내게 어떤 의미인지 보라

달콤한 케이크와 밀크 쉐이크

나는 망상의 천사 나는 환상의 퍼레이드

내 생각을 그대가 알아주길 더 이상의 추측은 사라지길

나의 과거를 그대는 모르네 우리 미래를 우리는 모르네

강물의 나뭇가지처럼 인생에 정체되어

조류에 휘말려 하류로 흘러가네

난 그대를 그대는 나를 운반하네

그것이 마땅하니

그대는 나를 모르는가 지금쯤 날 알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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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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