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그을린 예술 by 심보선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유일한 한 줄기의 빛이 되는 예술이 죽었다고 말하는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의 『그을린 예술』. 그가 이 산문집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가진 채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을린 예술』에서는 문학에서부터 그림까지의 폭넓은 예술 영역과 더 나아가 문학과 정치, 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 분야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혹은 애써 외면해버리는 예술의 현실을 환기시켜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안개 속에 숨어있던 예술이 처한 현실을 바로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된다.

 

총 5부로 이어지는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부 예술의 죽음, 예술의 부활 중  저자, 전자책, 전자 문학에서 현대의 문학에 대한 문장이 머릿속을 떠돈다.

 

“우리는 문학(책)이 정신적 권위를 상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동물적 욕구 충족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소위 '자기 계발'이나 '멋진 라이프스타일' 같은 구호 아래에서,

책이 그저 하나의 소비 아이템으로 번성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신적 권위를 상실한 것은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 공연 등 다른 예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SNS에서 흔히 영화, 공연, 전시회 티켓 사진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인증사진’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더 가관인 것은 작품을 찍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찍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작품을 반쯤 가려버린 ‘전시회를 보러 온 나를 찍는 사진’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진정한 감상, 그로 인해 형성되는 행복감은 뒤로 하고 자신의 고급 취향,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한 소비 아이템으로 예술을 향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순수한 예술, 자율적 예술 등 기존의 예술은 죽었다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 제목이기도 한 그을린 예술은 기존의 예술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다. 삶 속에서 펼쳐지는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예술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타오르는 이 예술은 진정으로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자유롭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예술의 본질적인 권위가 상실되고, 왜곡되는 어지러운 상황 속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쳇바퀴 같은 삶, 새로운 것을 꿈꾸는 삶에서 예술은 되살아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예술의 형태와 권위가 변할지라도 예술은 우리의 삶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나에겐 작은 바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예술의 고귀한 가치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예술을 즐기지만 보여주기 식의 예술, 자신의 고급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예술, 예술인 척하는 예술들은 지양하기를 바란다.


현재 예술은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충분히 즐기고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 예술가 혹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라는 구분 없이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고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예술을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예술의 영역은 확대되고,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

 

시 생각에 빠져 농사일을 그르치고 집으로 돌아온 한충자의 이야기를

나의 친구로부터 들었고 다시 독자들에게 들려주었다.
노동의 와중에 지평선에 드리워진 붉은 저녁노을을 넋 놓고 바라보는 누군가의 얼굴은

세계의 비참과 인간의 행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누구나 그 얼굴을 소유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예술은 그 얼굴로부터 출발하여 그 얼굴로부터 돌아가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우리의 귀에 대고 쉼 없이 들려주어 왔다.
그것은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불을 만나 타 들어가며 빛을 발하고 마지막에는 재가 되어 영원한 흔적을 남기는 성냥처럼 사람들이 예술을 만나 삶의 영원한 행복을 남기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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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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