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istory...베르니니, 아폴론과 다프네, 1622-1625

 

Gian Lorenzo Bernini, <Apollo and Daphne>, 1622-1625, Marble, height 243cm, Galleria Borghese, Rome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 같아 보이지만 결국 별 반 차이 없는 감정선으로 나뉘어 있는게 아닐까. 첫 만남에서 상대방이 우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말과 행동을 하면 사랑이라는 목적지에 금세 다다를 것만 같고, 반대의 경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사랑과 사랑하지 않음은 사소한 차이에 기인한 것 같다. 특히 짝사랑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 듯 하다.

   

마치 사랑에 빠지는 금화살을 맞은 아폴론과 사랑을 거부하는 납화살을 맞은 다프네 같이 말이다. 아폴론은 어느 날 활을 가지고 놀고 있던 큐피드에게 어린 아이가 가지고 놀 것이 아니라며 활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자 큐피드는 자신을 무시한 아폴론에게 그래도 내 화살은 당신의 가슴을 꿰뚫을 수 있다고 자신하며 아폴론에게는 사랑에 빠지는 금화살을, 숲의 요정 다프네에게는 사랑을 거절하는 납화살을 쏘았다.

   

금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를 보자마자 사랑의 감정이 불 끓듯 끓어올랐고, 다프네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그런 아폴론을 거절하였다. 금화살의 힘에 사로잡힌 아폴론은 주체하지 못한 사랑의 감정을 분출하며 다프네를 쫓기 시작하였고, 다프네는 반대로 아폴론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다녔다.

   

결국 아폴론에게 붙잡힌 다프네는 아버지인 강의 신 페네이오스에게 소리쳤다. 땅을 열어 자신을 숨겨주던가,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바꿔달라며. 그 순간 다프네는 온 몸이 나무 껍질로 뒤덮이며 월계수로 바뀌고 말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아폴론은 월계수를 자신의 성수(聖樹)로 삼아 금관 대신 월계수로 만든 관을 쓰겠다고 하였고, 이 때부터 월계수는 아폴론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큐피드의 어떤 화살에 맞았느냐는 지극히 단순한 차이로 인해 우리들은 사랑의 열병을 앓기도 하고, 무관심해지기도 한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신의 감정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그 열병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건만... 그러나 사랑이란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만큼 인간이 지닌 감정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존귀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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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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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 역시, 서양사에서 신화에 얽힌 이야기는 재미있는 것 같네요. 베르니니 조각에 얽힌 이야기를 아르뜨님의 감성으로 해석하신 글 흥미롭게 잘봤습니다:)

      • 서양 미술은 이처럼 이야기부터 재미있다 보니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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