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사라 홉(Sarah Hobbs)이 말하는 현대인의 불안

 

사라 홉(Sarah Hobbs, 1970~)

미국, 버지니아
 2000 MFA(석사) in Photography, University of Georgia, Athens, GA 
 1992 BFA(학사) in Art History, University of Georgia, Athens, GA

 

"My desire is to 'physically stage psychological space."

나의 욕망은 '심리적 공간을 물리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 대상이 명확치 않은 두려움, 널뛰는 감정기복, 강박감 그리고 일시적인 충동을 느낍니다. 이러한 불안한 심리상태가 심각해지면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주 일반적인 사람들도 일상에서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1초단위로 돌아가는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에 녹아있는 이러한 두려움, 공포 노이로제를 사라 홉은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두려움과 공포에 관심을 둔 홉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사진에 표현된 그녀만의 방식은 재기발랄하고 독특하여 과장된 코믹한 시트콤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녀가 한 Photographs 작업은 Overpacked, Emotional Management, Does This Sound Like You?, Small Problems in Living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Small Problems in Living>과 <Does This Sound Like You?>의 사진들을 소개합니다.

 

1) Small Problems in Living

 

 Untitled(obsessiveness/집착). 2003, chromogenic print, 60"x48"

 

Untitled(perfectionist/완벽주의자), 2002, chromogenic print, 48"x60"

 

 

 Untitled(memory loss/기억상실), 2000, chromogenic print, 48"x60"

 

마치 정신병원의 침대처럼 조금은 섬뜩해보이는 사진입니다. 사라 홉에 따르면 솜 뭉치는 명확하지 않은 혼란스러운 기억들이며 솜 뭉치속에 보이는 작은 물건들은 조각난 단편적 기억들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기억하려고 애써도 대부분의 기억들은 단편적이고,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인정못해 다시 엉망으로 흩어진 기억들을 보며 두려워하는게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인들은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하루에도 수 십, 수 백개의 이미지를 보고 때로는 소음같은 소리를 들으며 기억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사라 홉이 사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기억 상실'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과연 정신없는 하루 하루를 살면서 명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얼마나 될런지, 그리고 외부의 자극으로 정작 본인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 기억들은 사진 속 솜 뭉치처럼 엉켜서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Untitled(claustrophobia/밀실공포증 또는 폐쇄공포증), 2000, chromogenic print, 48"x60"

 

 Untitled(social phobia/사회 부적응), 2000, chromogenic print, 60"x48"

 

 Untitled(insomnia/불면증), 2000, chromogenic print, 48"x60"

 

 Untitled(paranoia/피해망상증 또는 편집증), 1999, chromogenic print, 48"x60"

 

모두가 잠든 밤, 12시 그리고 어느새 새벽 1시, 2시. 잠에 들기 위해 눈을 감은 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세던 경험은 다들 가지고 있을겁니다. 피곤한 일상을 마치고 침대에 누웠으면 바로 잠들어야 하는데 내가 누워있는 침대가 아무리 고요해도 머릿 속은 수 만가지 생각이 떠다닙니다. 내일 할 일에 대한 걱정, 어제 또는 오늘 일어났던 일에 대한 후회, 아니면 '아, 그 말을 왜 했지?', '그렇게 했어야 되는데' 등등 끝 없는 고민을 하다보면 잠은 더 오지 않습니다.

 

이렇듯 누구나 겪어보았을 '불면'을 사라 홉은 불면증(Insomia)을 주제로 한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누군가 잠들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한 것 같은 사람의 흔적이 보입니다. 사람의 흔적이 있는 침대 머리 맡에는 노란색 포스트 잇 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메모지에는 '잠들어야 해, 잠들어야 해, 잠들어야 해', '일어날 때까지 3시간 남았네!', '123456789...', '그녀는 무슨 뜻이었을까?', '이제 일어날 시간이 1시간 남았어!' 등의 글씨가 써져 있습니다.

 

이러한 메모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생각의 파편 같은 독백들이며, 사라 홉의 작품에서는 불면증(Insomia)을 상징합니다. 사라 홉은 마치 만화의 말 풍선처럼 자신이 연출한 이미지 안에 하나씩 채움으로써 하나의 작품을 만든 것입니다.

 

 Untitled(indecisiveness/결단력 없음, 우유부단함), 1999, chromogenic print, 60"x48"

 

사라 홉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박관념, 특정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공포 또는 노이로제 증상을 경험한다고 믿고, 이러한 세세한 증상들이 실내 공간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관심을 둡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러한 증상이 잘 전달되도록 공간을 꾸미고 그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그녀의 사진은 대부분 실제 존재하는 공간만큼 커서(대부분 122x152cm이상의 크기) 보는 이가 사진속의 공간에 직접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사라 홉은 각각의 작품들에게 특정 제목을 붙이는 대신 'Untitled'(무제)'이라고 하고 괄호 안에 작가 자신이 각각의 작업을 구분하는 소제목을 붙였습니다. 이는 보는 사람에게 작가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이 읽히도록 힌트를 제시하되, 하나의 완결된 관점이 아니라 보는 이들 각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각각 다른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게끔 한 것이라고 합니다.(☞월간사진 : 장면 연출한 심리사진, 사라 홉)

 

2) Does This Sound Like You?

 

Untitled(nosiness/참견하기 좋아함), 2005, chromogenic print, 60"x48"

 

 Untitled(overcompensation/과잉 보상), 2006, chromogenic print, 48"x60"

 

Untitled(thin-boundaried/얇은 벽), 2006, chromogenic print, 60"x48"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유약하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두려움에 타인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려합니다. 이런 면에서 그녀의 시각적인 언어는 상당히 직선적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사진 속 상황에 흡수되어 감히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슈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끔 합니다.

 

사라 홉은 "세상에 나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동질감이 자신의 심리상태를 외면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안이 되어 주기를 그녀는 기대한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진을 보는 이로 하여금 문제를 인식하게 하지만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지 않는 그녀의 방법이 마음에 듭니다. 말 그대로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이니 각자의 해결 방법이 있을테니 말이죠.

 

마지막으로 "나는 항상 내 심리치료사에게 거짓말을 한다"라는 그녀의 사진 작업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사라 홉의 홈페이지 메인사진을 소개하겠습니다. 여러 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

 

사라 홉의 홈페이지 메인 사진

 

The more time you spend, the more time you can realize that you are not alone-

There are plenty of others in the world who have the same issue.

 

당신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일수록 더 많이 깨닫게 되는 것은 세상에 당신과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당신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라 홉(Sarah Hob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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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 포인트를 딱 잡아서 사진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생각이 정말 신선한 것 같아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불면증, 과잉 보상, 집착..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방랑미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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