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만든 옷이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by 성연주



 

<파스타_피그먼트 프린트>, 2013

  

이번 KIAF 2013에 참여한 갤러리 이마주에 눈길을 끄는 사진들이 있었다. '무슨 원피스 사진이지?' 라고 생각하며 다가가서 보면 음식들을 작품으로 만든 사진들이었다. 이 재미있는 작품을 만든 작가는 86년생의 성연주 작가이다.


우리의 인생은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를 항상 고민하는 것이므로 그녀의 작품은 주변에 있는 '먹는 것을 어떻게 보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기에 국립현대미술관, 해태 크라운 제과, 건국대학교 등이 이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매일 나만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성연주 작가의 작품을 보며 더욱 여실히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시금치_피그먼트>, 프린트

 

 

<적근대_피그먼트>, 2013, 프린트

 

 

<죽순_피그먼트>, 2013, 프린트

 

위의 작품들은 마치 실제 옷감을 재단하듯이 종이로 옷의 형태를 만든 후 음식 재료를 종이 위에 하나하나 붙여 나간다. 그 후 사진을 찍어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든다. 과연 먹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입을 수 있는 것일까?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아이디어에 혼자 잠시 미소 짓게 된다.


아이디어는 뭘까? 모든 곳에서 아이디어가 중요하지만, 특히 예술 시장에서는 아이디어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고유하지 못한 것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간의 가장 살벌한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시장이 예술 시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고민은 요즘의 나를 굉장히 괴롭히는 고민이라 생각하기조차 싫은 데, 전시회를 가거나 예술을 접하게 되면 생각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생각이라 자극이 될 때가 많다. ORIGINALITY의 중요성, 그리고 절대적 전문성의 중요성이 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2류가 되든지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1류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는데 왜냐하면 3번째부터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살 것인지를 알고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모르고 사는 것에서 불행이 시작된다. 항상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리고 자기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안다고 해도 일반인들은 환경에 의해 자기 노력에 의해 기회에 의해 그 색을 포기하게 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99%가 아닐까? 이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자신을 위로하면서.

 

이런 평범함이 주류를 이루는 현재 사회 속에서 자기 색깔을 이미 찾고, 독창성을 띄고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을 보면 그들의 자존감과 자기 주체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기 이름을 걸고 사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큰 짐을 지고 가는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는데, 예술가들은 항상 자기 이름을 전면에 세워 살아야 하니 그들이 하는 고뇌를 나는 감당할 수 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의 개성을 팝니다.’ 그 개성이 사회에 부합이 되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나를 세상에 파는 연습을 얼마나 하느냐가 앞으로 살아 갈 인생의 깊이를 측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대파>, 2009, Pigment Print, 120×160cm

  

<무>, 2011, Pigment Print, 86×106cm

 

몇 년 전의 작품들은 마네킹 위에 음식 재료를 하나하나 잘라 옷을 입히는 작업이었다. 위에서 보았던 현재 작품들과 이전의 작품들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성연주 작가의 소재인 음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부패되고 옷의 형태가 점점 사라져 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곧 사라져 없어져 버릴 그 순간의 이미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록된다. 사진은 그 이미지가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 없는 이미지일 뿐이다.


<사진은 영원하지 못한 이미지를 잡아내고 후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옷도 아닌, 음식도 아닌 혹은 옷이기도, 음식이기도 한 사이적 이미지로써의 나의 작업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을 제시하며 시각적으로 유혹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나의 작업은 본질은 없는, 실체도 없는, 옷의 이미지만 빌려온 음식이고, 또 음식은 될 수 없는, 옷이다. >  - 작가노트 중에서


갤러리 이마주, 작가 및 작업 소개 글 中


예술을 보며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왜 하필 미술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을 땐 딱히 할 말이 없기도 하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미술을 공부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요즘에는 예술만큼 현실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유치원에서부터 배워온 대로 성실히 자기 생각을 표현하며 이름을 남기는 그들의 작업이 '피땀 흘려'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 적당히 속이고 속으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 '예술'이란 것을 끼워 맞출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예술을 감상하며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더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연주 작가처럼 젊고 참신한 작가들이 많이 나와서 독창적인 생각 역시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성연주 작가의 공식 사이트입니다. 작가 노트 및 Youtube 영상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성연주 작가 공식 사이트)


* 사진은 5월에 있었던 갤러리 이마주의 성연주 작가 개인전의 소개 글 및 갤러리 이마주 홈페이지의 'ARTISTS' 소개에서 가져왔습니다. (☞ 전시 소개글) / (☞ 갤러리 이마주 홈페이지)

 

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맵

    미술/아티스트 소개 다른 글

    댓글 0

    *

    *

    이전 글

    다음 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