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큐레이터(갤러리스트)의 자질 문제

 

오랜만에 큐레이터와 관련된 글을 올립니다. 큐레이터, 갤러리스트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관한 것입니다.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작가와의 기 싸움에 밀리지마라."
"작가와 친하게 지내지 마라." 등등.

이러한 말이 정말 맞는건지 저에게 묻더군요. 더 해괴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제 블로그에 올리기조차 민망할 정도라 이 정도만 밝힙니다. 한 마디로 큐레이터는 작가보다 위에 서야한다는 식의 강의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분명 틀린 말이며, 그릇된 사고방식이고, 큐레이터로서의 자질까지 의심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지간하면 이렇게 단호하게 제 생각을 밝히는 편이 아닌데도 이건 단호히 말할 수 있겠네요.


 


큐레이터는 작품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제작 과정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를종합해서 관람객에게 소개를 해주는 직업입니다. 이를 모두 알기 위해서는 작가와의 교감이 아주 중요하죠. 옛날 작품이라면 당연히 미술사를 공부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연구를 한 다음에야 제대로 된 전시를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를 다 무시하고 작품의 창조자인 작가를 소위 '갑과 을의 관계'에서만 대하려고 한다면 그 큐레이터는 미술계에서 활동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갤러리, 큐레이터가 왜 '갑'이라고 생각하는지도 이해 되질 않네요. 이는 큐레이터가 스스로 "나는 큐레이터가 아니라 그냥 장사치에 불과하고, 내가 파는 상품이 미술작품일 뿐입니다."라고 자인하는 꼴입니다.

갤러리의 오래된 관행 중의 하나가 전시를 하면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 한 점 정도를 무상 기증하는 것인데 이 것 역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전시 한 번이 아쉬운 작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소중한 작품을 갖다 바치고 겨우 전시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이건 분명한 불공정거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갤러리는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많은 갤러리들이 작품을 파는 것에만 집중하고, 정작 관람객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한 것들을 등한시하다보니 갤러리 전시와 현대미술이 재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인사동을 지나가다가 모 갤러리의 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작품이 좋았습니다. 세잔의 재해석 같은 공간 구성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싶어서 지인과 차를 마시고 있던 작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더군요.


억측일 수도 있지만 그 작가는 분명 작품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관람객에게는 브로슈어를 손에 쥐어주며 차까지 대접했을겁니다. 저는 그저 갤러리에 한 번 들러본 학생같으니 보던 말던 상관을 하지 않은거겠지요. 이건 상관이 없지만 사진 촬영까지 막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한편으론 그 작가가 안타깝더군요. 개인전을 연 목적 중에는 분명 작품 판매와 인지도 상승도 있을 텐데 '내 것', '내 저작물'이라는 생각에만 초점을 맞춰서 스스로 대중성을 포기한 것이니까요.

작가를 무시하는 갤러리 큐레이터와 대중을 무시하는 작가들 때문에 현대미술, 미술시장이 사소한 것 가지고 이권 싸움을 벌이거나 뭔가 숨겨놓은 듯한 인상을 주는 '그들만의 리그'로 남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일부가 이렇게 물을 흐리고 있는거겠지요.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이런 일부 때문에 그들의 노력이 무위로 그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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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3

      • 갤러리, 큐레이터, 작가는 공생관계인데 갑과 을의 관계로 치부되다니,,, 참 안타깝네요
        하지만 현재 독립 큐레이터들의 실험적이고 다양한 활동들이 생겨나는 것처럼 좀 더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다양한 횡보들 계속 이어져 국내미술계에 좋은 변화로 발돋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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