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언 마우이 핸드드립 커피



커피에 그리 조예가 깊은건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쌉싸름하면서 다크하지만 결코 시지 않은 맛. 왠지 "나는 차가운 도시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같지만 그래도 이 맛을 좋아한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아이스로 해서 두 잔 원샷하면 해장은 끝일 정도로.

좋아하는 커피의 맛을 글로 표현하자니 10년 전 이맘 때 일했던 스타벅스에서 연수갔을 때 생각이 난다.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워두면 외국에 유학갔을 때 카페같이 조금 더 깨끗한 곳에서 일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계획 때문에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인데, 그곳은 직원, 알바 모두 연수를 받도록 하곤 했다.

근데 문제는 한국식으로 소화한 연수 프로그램이 아니라 미국에서 사용하던 연수 프로그램을 그대로 들여왔더라는 점이었다. 어떤 일이 있었냐면 하루는 연수생들을 둘러앉게 해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적이 있었다. 원두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고 맛을 보게 한 다음 그 맛에 대해 표현해보라는 시간이었다.

빙 둘러앉은 연수생들은 각자 자신이 느낀 맛에 대해 표현을 했는데 대체로 "좀 시다", "깊은 맛이 난다" 수준이었고, 커피 문화를 좀 맛본 사람에 의해 "다크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다가 내 옆 사람 순서가 왔는데 그 사람이 구사한 언어의 향연은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마치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아프리카의 붉은 토양 위에 내가 누드로 서있는 듯한 맛이 난다."

와우.

당시 연수 기간이 너무나도 지루하고 지루하던 차에(쉽게 표현하자면 예비군 훈련 와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깜짝 놀래서 얼굴을 옆으로 돌려 쳐다볼 정도였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책을 읽어왔길래 맛의 느낌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고 하면 거짓말. 그냥 '얜 모지?'라는 생각부터 들더라. 근데 더 놀라웠던건 나를 제외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타벅스에서 일을 시작했고, 당시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자체를 팝스타 추앙하는 듯한 분위기의 직원들 틈바구니 속에서 겨우 버티다가 모든 커피를 만들 줄 알게되자마자 그만 둔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커피와는 담을 쌓고 있었는데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하루에 서너 잔씩 마시고 있고, 나에게 가장 좋은 선물 중 하나는 원두가 될 정도로.


얼마 전에 하와이에 출장을 다녀온 친구가 선물이라며 하와이언 마우이 커피 원두와 초코렛을 줬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빈 박스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 커피는 아껴먹어서 이제 절반 정도 남아있고. 만약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현지의 커피 원두와 초코릿을 선물해도 좋을 듯. 아마 은혜로 여길껄.

이미지 맵

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9개 입니다.

      • 하와이 하면.. 하와이안 코나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나네요. 마우이라고 왠지 원주민어 같은데 맞나요??
        저도 신맛을 싫어하고 묵직한 풀바디감에 달콤한 쓴맛이 코끝까지 올라오는 강배전 커피를 좋아합니다.. 다만 풀바디감의 원두는 대체로 아이스로 먹으면 맛이 덜해 지는데.. 마우이는 어떨 지 모르겠네요.

      • 마우이는 약간 신맛이 나서 묵직한 맛 좋아하시면 그닥 맛있진 않을거에요. 저도 신맛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가끔 즐기는 편이라 마우이 맛있게 마실 수 있었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