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특별법] 박찬호는 메이저리거일 때 의미가 있다.


박찬호는 왜 무리를 두어가며, 한국으로 오려는가.

지난 28일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인천문학경기장에 박찬호가 왔다고 한다. 그는 KBO 구본능 총재, SK 이만수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을 차례로 면담했고, 그 자리에서 국내 복귀의 뜻을 직접 밝혔다고 한다. 평소 그답지 않은 직접적으로 뜻을 밝힌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그에 대한 기사를 꼼꼼히 읽어본 이들이라면 한국 복귀에 대한 그의 열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가 부상으로 인한 부진을 거듭할 때마다 도전을 그만둬도 충분히 영웅이니 한국으로 돌아오면 마음고생 덜할텐데라는 생각을 해왔다.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한양대 에이스이자, 아마추어 서열 3위(임선동, 조성민 다음)였던 그에게 빙그레 측에서 계약금으로 1,000만원만 더 줬다면 빙그레에 입단했을 수도 있다는 에피소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그만큼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야구를 배운 한국 야구선수였던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때 에이스급으로 명성을 쌓다가 부상으로 인해 부진을 거듭할 때마다 그는 한국 복귀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거로서 명예 회복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예전처럼 부활하지는 못했다.

어찌됐든 박찬호는 한국 야구의 영웅이다.

많은 사람들이 '먹튀'라고 비난하지만, 그의 도전 정신은 충분히 칭송받을만 하며, 이를 떠나서 경력, 스탯 등을 놓고 봐도 이미 그는 한국 야구 역사의 몇페이지는 장식하고도 남을 야구 영웅이다. 실례로 그가 세운 아시아 출신 투수 한해 최다승을 넘으며 주목받았던 대만의 왕첸밍은 그 후로 10승도 못한채 만년 최하위팀인 워싱턴에서 근근히 메이저리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박찬호의 통산 승수인 124승은 일본 최고의 야구 천재인 마쓰자카가 앞으로도 70승 이상을 거두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참고로 마쓰자카의 올해 승수는 3승) 다르빗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박찬호에게 쏟아졌던 기대와 스포트 라이트 이상으로 받겠지만 결과는 미지수이다. 마쓰자카도 못하고 있으니...

 

이만큼 한국, 아시아 최고의 야구영웅인 박찬호의 국내 복귀는 그가 예전만큼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무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칙은 원칙이다. 박찬호가 단순히 스포츠 스타에서 멈추지 않고 영웅으로까지 격상되는데는 그의 실력 이외에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현처럼 관중들에게 욕을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선발 욕심 때문에 팀에 녹아들지 않는 행동을 한 적도 없으며, 서재응을 비롯한 많은 메이저리거들처럼 도전을 하다가 중도에 국내로 돌아와버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추신수처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비화이지만, 박찬호가 한창 전성기일 때 시즌을 마치고 귀국하면 그가 있는 호텔 주변에 여자 연예인들이 그렇게 많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흔한 연예인과의 스캔들조차 없는 오로지 야구만 생각하는 그의 진지한 자세는 충분히 칭송받아 마땅할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 동네야구가 아니다.


그러나 원칙은 원칙이다. 박찬호 그가 지금까지의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어쩌면 수도승 같은 모습을 보인 점도 한 몫할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만을 위한 특별법으로 국내에 돌아와서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가 국내 복귀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한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 복귀했을 때, 관중수의 증가, 프로야구의 인기몰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IMF 시절의 희망 등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 프로야구는 그 없이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가 출전하지 않았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성취했다. IMF 시절에는 박세리도 있었다. 물론 야구의 저변화, IMF 시절의 희망에 그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점은 평소 그답지 않게 왜 원칙을 벗어나 개인의 공을 스스로 내세워 무리수를 두려고하느냐는 점이다. 이 점이 실망스러운 것이다. 이미 의미없는 일본행으로 자신의 커리어 마무리를 잘 하지 못했으면 다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도전을 하는 것이 훨씬 그다운 행동이지 않을까?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일지라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실력과 인기, 자체 인프라가 형성된 곳이며, 굳이 리그 순위를 매기자면 미국, 일본 다음의 리그일 것이다. 축구로 말하면 세계 3대 리그라고 봐도 무방한 한국 프로야구가 동네 리그도 아니고 임시로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지네딘 지단이 말년에 친정팀인 AS 칸이나 보르도에 가서 좀 뛰다가 은퇴했는가? 물론 축구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이 말년에 친정팀으로 돌아간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건 엄연히 친정팀과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고 법을 따로 만들어가며 하지는 않았다. 즉 공식적인 트레이드, 이적 등을 통해서 갔을 뿐이다.

이러한 점들을 통해 봤을 때, 박찬호의 국내 복귀는 오로지 그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박찬호 자신이 말한대로 한국 프로야구에 마지막 공을 세우고, 기여를 하고 싶다면 은퇴 후에 김성근 감독, 선동렬 감독처럼 각 팀별로 옮겨가며 인스트럭터를 해도 충분히 멋있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김경문 감독이 다이노스의 인스트럭터로 왔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가 무리수를 두어가며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와 선수생활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은 자신의 야구 선수 인생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픈 것에 지나지 않는 개인적인 만족일 뿐이다.

차라리 나중에 코치나 감독을 하게될 때를 대비해서 한미일 세 나라의 야구를 모두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모를까...(그래도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부디 예전에 보여준 박찬호 다운, 박찬호스러운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매년 실망하면서도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올해는 다를꺼야"라며 응원했던 박찬호의 야구팬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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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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