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학예사에 관한 FAQ


큐레이터, 학예사에 관한 FAQ

지난 <워너비 큐레이터 특강>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학교 과제라며 간단한 인터뷰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물론 특강에 참여했던 분이었죠.

학예사라는 직업에 관한 과제를 해야하는데 인터뷰 내용이 들어가야 되서 제가 해줬으면 한다는 부탁이었습니다. 제 특강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해주시는거라 기분은 꽤 좋았지만 사실 저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다 거절을 하고 있습니다. ^^;;

아직 인터뷰라는 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도 안되고, 저 역시 이 분야에서 베테랑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래저래 노출되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구요. 그래서 간간히 들어오는 인터뷰나 강연 요청 들어오면 다 거절을 하고 있던 터라 이번 요청도 처음에는 안되겠다며 거절을 했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간단하게 메일로 해드려도 되겠더군요.

그래서 블로그에 포스팅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저도 인터뷰를 해드렸는데 질문 자체가 처음 이 길에 들어설 때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것들이라서 공유 차원에서 이렇게 블로그에 올려드립니다 :)


Q1. 학예사(Curator)가 유망 직업이 된지는 근 10년이 다되어 가고 있습니다. 제가 볼때엔 학예사의 공급은 많으나 수요가 적다고 생각 합니다. 학예사가 실질적인 유망직업이 되기 위해선 어떤 점이 크게 변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엄밀히 따져보면 학예사의 수요가 적지는 않습니다. 산업박물관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측면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죠. 하지만 수요가 적은 것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사람의 사회인 혹은 직장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을만큼의 대우를 해주지 못하는 곳이 워낙 많으며 유명 국공립, 사립박물관을 제외하면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학예사로서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한 최소한의 연봉은 2,400만원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충족시켜주는 곳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죠. 이러한 열악한 대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물관 수익의 다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 못지 않게 등재 박물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채용공고를 낼 때 연봉란에 '협의 후 결정'보다는 최저 연봉에 대한 정확한 명시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합의 혹은 분위기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박물관, 미술관 향유 문화가 저변화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Q2. 학예사는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그만큼 전시의 흥행여부도 중요 하겠지요. 전시가 흥행하도록 노력 하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안타깝게도 혹은 부끄럽게도 우리나라 박물관 전시의 흥행 여부는 학예사 개개인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전시기획사에서 주최한 외국 미술 특별전 같은 경우는 흥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마케팅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박물관/미술관 소속 학예사들은 지원받은 예산 한도 내에서 전시를 개최하면 그만이죠. 성과급은 물론 없으며, 전시 흥행에 따른 사회적 위치가 올라가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미술사, 고고학, 사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열정을 충족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서 전시를 대하고 있으며 이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학예사라는 직업도 미국처럼 스타 큐레이터가 탄생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Q3. 학예사일을 하며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고, 그것을 개선하기위해선 무엇이 필요 하다고 생각 하십니까?

A. 딱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습니다. 유물 운반과 같은 잡일을 자주 하는 편이긴 하지만 가끔씩 육체 노동하는 것도 재밌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직업과 비교해봐도 업무 자체는 오히려 편한 직업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기업에 취직해서 3년 정도 근무했었기 때문에 확실히 비교가 되더군요.

Q4. 큐레이터라는 단어와 전시기획자라는 단어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큐레이터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전시기획자와 다른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큐레이터는 말 그대로 학예사이기 때문에 '예술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즉 큐레이터가 하는 업무에는 전시기획보다 유물 자체에 대한 연구와 보존, 관리가 더 중요하며 실제 업무에서도 전시기획을 하는 것보다 다른 업무를 할 때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전시기획자는 큐레이터의 이러한 본래 의미보단 전시기획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연구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전시기획자라고 하면 상품성, 흥행을 통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어서 활동하는 '독립큐레이터'와 전시기획사 소속 직원을 의미하죠. 두 가지 모두 전시를 통한 수익 창출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예술 작품을 연구하는 큐레이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Q5. 학예사가 꿈인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요?

A.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전시기획이라는 세련되어 보이는 업무에만 주목해서 학예사의 길로 들어서지 말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상담메일을 받아보면 박물관/미술관에서 미술작품 혹은 고고 유물을 다룬다는 것을 망각한채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마음에 들어서 미술 관련 공부를 할 생각없이 막연하게 박물관에 취직하기 위한 방법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그릇된 생각이며 광고대행사에 들어가기 위해 광고를 공부하듯이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술사, 고고학, 사학 등을 전공하는 것이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 분야 역시 점차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취직도 노릴 수 있을 정도의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네요.

Q6. 저는 지금 사학을 전공 하고 있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학예사라는 일과 실질적으로는 동떨어 져 있는 것이 사실 입니다. 현재 학부생인 제가 학예사가 되기위해 할 수 있는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A. 사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학예사로 진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실제 주위의 사학과 대학원생만 봐도 박물관 취직하려고 준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을 정도이죠. 그 이유는 사학에서 주로 다루는 콘텐츠가 문헌에 있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에서 주로 다루는 콘텐츠는 미술, 문화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죠. 물론 이것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지식이 아주 중요하며 문헌사료도 자주 접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현재 전공인 사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원을 고고학, 미술사로 택하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미리 외국어 점수 많이 높이는게 아주 좋구요. 마지막으로 학부 졸업만으로 학예사가 되던 시절을 끝이 났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은 필수 코스라고 여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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