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학예사)로 일하려면 어떤 마인드를 갖춰야 좋을까?




큐레이터(학예사)로 일하려면 어떤 마인드를 갖춰야 좋을까?

어떤 직종이든지 직장인으로서, 혹은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할 마인드는 동일할 것이다. 성실성, 사교성, 정직, 자기계발에 대한 노력 등 많은 부분이 동일하게 요구되는데 큐레이터로 한정시켜서 생각해보면 어떤 마인드가 가장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큐레이터(학예사)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가늠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박물관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업무를 해보며 느꼈던 점을 중심으로 꼽아보자면 나는 가장 중요한 마인드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들고 싶다. 이건 대부분의 큐레이터가 동의하는 바인 동시에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의외로 업무에 녹아들다보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점을 망각하기가 쉽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잊은채 일반 사무직처럼 무미건조한 행정 업무를 하다보면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주는 여러가지 열악함들, 즉 보수, 복리후생 등등에 쉽게 지치게 되고 스스로 '내가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어렵게 공부했나'라는 자괴감마저 들게 된다.

물론 박물관(미술관), 갤러리에 따라서 그 대우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취직하기 위한 노력을 기준으로 다른 직종과 비교했을 때의 얘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일반 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스펙 쌓기보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공부가 훨씬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속했던 군대가 훨씬 힘들었으며, 누구보다 내가 고생했다'라는 식의 갓 전역한 복학생들 특유의 푸념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큐레이터는 기본적으로 '학식의 끈'이 길 것을 요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학위가 되었든, 혼자 독학해서 자격증을 땄든 간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큐레이터 본연의 임무인 '작품'을 가지고 하는 모든 업무에서 갖춰야 할 기본 마인드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되어야 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실무에서 오는 온갖 스트레스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줄 알아야 한다.


한 번은 박물관에서 진행하던 소위 고위층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모 국회의원과 외국 대학 총장에게 박물관 투어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끝내고나서 보람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병풍이 된 듯한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몇 가지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것은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얘기하자면 마치 귀족들이 모인 살롱을 모시고 그랜드 투어를 다니던 집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전시 작품들과 내가 귀족들의 사교장을 꾸며주는 데코레이션 혹은 잔칫집의 병풍이 된 듯한 그런 느낌말이다. 그래서 미술사는 계속 공부하되 '큐레이터를 해야 되나'라는 고민을 한 적도 있다. 다행히 미술사를 공부하며 할 수 있는 일로 큐레이터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고민으로 그칠 수 있었지만..

더불어 이러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큐레이터는 대중에게 작품을 알리는 의무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서 작품을 후대에도 가치있게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더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즉 큐레이터는 연구직이라는 생각 덕분에 병풍 같았던 느낌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큐레이터로 롱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애정''큐레이터는 무엇보다 연구직이다'라는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신이 연구한 바를 사회에 다시 기여하려는 겸손한 자세까지 갖출 수 있다면 미술계에서 영향력있는 큐레이터라는 평가는 꿈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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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6

      •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요새는 메일로 구독을 하여 편하게 소식을 받고 있습니다ㅎㅎ
        늦었지만 남은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제 블로그 구독자이셨군요! 구독을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도 더 좋은 글 쓰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 비밀댓글입니다

      • 공감하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우리나라에서 큐레이터는 기본적으로 국공립 박물관, 큰 대기업의 사립박물관(리움 같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보수 등에서 여러가지로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워낙 기관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콕 집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일반 기업체의 수준을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견디기 힘들거에요.

        그리고 미술사를 공부하면 진출할 수 있는 길은 굉장히 좁지만 같은 인문학 계열의 전공보다는 넓은 편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죠. 미술사는 기본적으로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라는 텃밭(?)이 있는 것에 반해 문학, 사학, 철학은 확실하게 전공을 살리는 직장이 떠오르지 않는 것을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할겁니다.

        미술사를 공부해서 큐레이터가 아닌 다른 길로 가신다면 일단 문화재청 공무원이 있겠구요. 그 외에 미술 관련 잡지사 등의 언론사, 연구소 등도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미술사라는 학문 연마에 목적을 두느냐 안두느냐이죠. 만약 학문에 대한 목적성 없이 접근한다면 다른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버티기 힘든 분야입니다.

        감사합니다. ^^

      • 비밀댓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
        국공립은 보통 계약직으로 일하며 경력쌓다가 정학예사 3급 자격을 취득하면 공채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립은 워낙 다양한 케이스가 있어서 정리하기가 어렵지만 리움 같이 큰 곳은 채용하는게 국공립과 유사하죠. 단 삼성 소속이기 때문에 SSAT를 봐야 하는 등 사립미술관에서 요구하는 채용과정은 천차만별이기도 합니다.

        미술사 대학원을 가거나, 준학예사를 보는 경우는 박물관, 미술관에서 일하기 위한 기본 자격일 뿐 특별히 메리트가 있거나 하진 않아요. 대신 '기본 자격'이기 때문에 꼭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죠. 물론 대학원에 진학하면 경력을 쌓기 위한 계약직, 인턴, 알바는 쉽게 구하는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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