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준학예사 시험, 꼭 봐야할까?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준학예사 시험, 꼭 봐야할까?


photo by dherrera_96

요즘 큐레이터의 인기와 더불어 이와 관련된 유일한 자격증인 준학예사 시험에도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준학예사 자격증을 딴 사람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가졌었죠. 그만큼 경쟁률은 치열하고 합격률은 10%를 간신히 넘는 국가자격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큐레이터에 관한 글을 썼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많은 관심을 받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큐레이터와 준학예사 시험의 인기가 이 정도였어??" 라고 스스로 되물을만큼 새삼 놀라웠죠. 저에게 질문을 주신 분들에게 나름 제가 보고 느낀 바에 근거해서 최대한 정성껏 답변을 해드렸는데 어떻게 결론을 내리셨는지 무척 궁금하네요.(희망을 가져도 되는 분야이긴 하니 꼭 화이팅하시길.. ^^) 그래서 준학예사 시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 준학예사란?

준학예사 시험은 보통 학부 졸업한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저처럼 대학원 나온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동안 잊고 있었거든요. 먼저 준학예사 시험에 대해 간단하게 정의를 내리자면, 말 그대로 학예사(큐레이터)가 되기 전 단계에 해당하고 학예사에 준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판별하는 시험입니다.

하지만 '학예사(큐레이터)'라는 직업에는 연구직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기에 결국엔 석, 박사 이상 혹은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이 학예사가 되죠. '학예사'라는 단어가 본래 '학예연구사'의 줄임말인걸 보면 쉽게 수긍하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꼭 들어맞는건 아니지만 대개 학예사로서 10~15년 정도 근무를 하면(국공립 박물관에서) '학예관(학예연구관)'이 됩니다. 지방 박물관 관장까지 될 수 있는 경력이죠.

그렇다면 준학예사란 학예사가 되기 전에 필수로 밟아야 할 과정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준학예사 위에 해당하는 단계는 정학예사 3급인데, 이것은 대개 고고학, 미술사, 사학 등을 대학원에서 전공한 사람들이 석사 졸업을 하고 경력인정기관에서 경력 2년을 채운 뒤에 따곤 하죠. 물론 준학예사 자격이 있는 학부 졸업한 사람들이 경력 4년을 채워도 받을 수는 있습니다.


2. 준학예사는 학예사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인가?

하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죠. 산술적으로는 남들이 대학원 다니는 동안에 경력을 더 채우면 가능한 이야기가 되지만 그 경력을 채우기가 무척 힘든 현실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경력을 인정해주는 기관에서 경력을 채워야 하는데 그런 기관은 보통 국공립박물관 혹은 큰 사립박물관(리움 같은)이 해당됩니다. 이런 기관들에서 경력을 채우는 것이란 보통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경력을 채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급으로 일하는 도슨트나 알바에 해당하는 전시장 지킴이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이렇게 연구원으로서 일을 해야 안전하게 경력을 채우는게 될텐데 연구원은 보통 대학원생들을 뽑기 때문에 학부 졸업의 준학예사가 경력을 채워서 정학예사가 되기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척 어려운 현실입니다.

연구원들은 학예사와 함께 전시도 기획해서 준비도 하고 도록을 만들 때 글도 써야하며 유물을 직접 만져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유물 관련 전공을 하는 대학원생들을 뽑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준학예사 시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되도록이면 그 시험에 올인하는 노력을 대학원으로 돌리라고 조언을 하는겁니다.

너무 회의적이었나요? 지금까지 말한 것은 국공립 혹은 리움 같은 큰 사립박물관의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므로 너무 비관적으로만 받아들이진 마십시오. ^^ 그렇다면 준학예사 시험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을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3. 준학예사 시험을 보면 좋은 경우는?

일단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퍼포먼스 성격이 강한, 혹은 마케팅적인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하는 갤러리나 옥션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시험은 꼭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갤러리스트나 아트딜러들에게는 필요한 시험이지요. 미술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능력에는 경영마인드는 물론이고 서비스 정신, 트렌드를 읽는 능력, 사교성 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우선시 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꼭 대학원을 나올 필요는 없지만 미술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요. 이런 측면에서 준학예사 자격증은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취직을 할 때도 너무 눈이 높아진 대학원생보다는 준학예사 자격을 갖춘 학부 졸업한 사람을 더 선호할 거에요.

그래서 저는 준학예사를 준비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꿈을 명확히 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큰 갤러리나 옥션에서 일하면 박물관, 미술관 보다는 훨씬 더 활발한 일을 접할 수 있고 재미도 있기 때문에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고 해서 꼭 박물관만을 지향하는건 옳지 않을겁니다. 미술 관련 잡지사에 취직도 할 수 있구요. ^^


4. 준학예사 시험의 난이도

그래서 만약 자신의 꿈에 준학예사 자격이 필요하다면 정말 열심히 준비하셔야 하구요. 문제 수준이 정말 어렵거든요. 대학원 졸업시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각 분야의 개론서와 논문으로 공부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준이니까요. 대학원생들에게도 어렵다는건 대학원생들이 자신의 논문과 관련된 분야말고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거구요. 저도 제 분야말고는 잘 몰라서 따로 공부해야됩니다. 바람직한 연구자의 모습이 아닌걸 알면서도 이렇게 되었네요...

암튼 그래서 사설 학원에 등록해서 공부하기가 여러모로 어려운 분들은 제 블로그에 관련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할 예정이니 관심갖고 들러주시길 바랍니다. 학부와 대학원을 미술사로만 전공하며 그동안 모아온 자료들을 저도 다시 개설적으로 공부할겸 올릴 예정이거든요. 다른 궁금하신 점은 댓글이든 방명록이든 올려주시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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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5

      • 잘읽고 갑니다~. 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일하는 제가 보기에도, 맞는 말씀이세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 모두가 석사수료 이상이며 준학예사 자격증은 없습니다.준학예사 시험을 굳이 볼필요는 없는것 같아요.

      • 제가 아는 분이 작은 박물관 관장으로 계셔서 직접 봐왔는데 준학예사시험을 치르지 않고 석사나 박사 후 학예사가 된 사람은 쓰시지 않습니다. 자기 전공분야 외에는 박물관학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도 없기 때문이죠..심지어 하론가스??도 모른다고. 소수가 아니라 제법 많은 학예사들의 실정이라 하시더라구요.

      • 이렇다보니 실제 최근 석박사후 시험 없이 경력만으로 학예사가 되는 제도 자체를 페지하자는 움직임도 많다고 하네요. 사실 요즘 석사나 박사가 드문 시대도 아니고 학력이나 경력보다는 일단 실력이 우선시 되어야 하니까요.
        실은 저도 학예사 관심이 있어서 좀 자세히 여쭤봤더니 전 내년 졸업후에 바로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지만 관장님은 아무리 저라도 준학예사 시험 안치면 안 써주신다고 ㅎ 그게 무슨 소용이냐 하시더라구요. 그럼 자신의 전공분야 안에서 아주 좁게 활동할 수 밖에 없고 그럴거면 굳이 박물관 미술관 학예사가 아니어도 된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어쨌든 전 학예사는 시험을 통해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 감사합니다. 우연히 들린 곳에서 소중한 말씀 . 많은 힘을 얻어갑니다.꼭 꿈을 이루고 싶네요. .

      • 제대로 시험 준비를 하기 전에 막연하게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글 읽고 나니 뭔가 머리 속에서 정확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현실적인 조언과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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