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가 하는 일을 알고 싶다면? 『즐겁게 미친 큐레이터』


큐레이터가 하는 일을 알고 싶다면? 『즐겁게 미친 큐레이터』


Egon Schiele, <Red Head> 부분

이 책을 읽기 전에 우선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큐레이터란 학예사 개념의 박물관, 미술관 큐레이터가 아닌 갤러리 종사자를 의미합니다. 엄밀히 구분하자면 갤러리 큐레이터는 큐레이터가 아니라 갤러리스트 혹은 아트딜러라고 해야 옳은 표기이죠.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큐레이터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며 저자 역시 이를 서두에 밝히고 있기 때문에 그닥 문제되지는 않을듯 합니다. ^^


강렬한 붓터치와 색감을 보이는 에곤 쉴레의 <Red Head>가 하얀 바탕의 표지를 장식한 『즐겁게 미친 큐레이터』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 20대는 물론이고, 현재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을 줍니다. 우선 저자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관장이며 십수년간 이 계통에서 경력을 쌓으며 느낀 점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책의 구성도 깔끔해서 큐레이터로 사는 삶, 실무에 임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 그리고 미술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특히 이러면 욕먹는다 식의) 등으로 나누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 후배들을 향한 저자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습니다.

1. 어느 직종이건 상식에 어긋나는 사람은 있게 마련

개인적으로 공감했던 부분은 전시 준비를 할 때 큐레이터스러운 치마를 벗고 몸빼를 입고 일하는 후배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그 후배의 사진은 책에 전혀 실려있지 않았지만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참 이쁜 사람이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전시 준비를 하다보면 3미터는 기본이고 5미터 이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해야하는 작업들도 종종 생기곤 하는데 전시 오프닝을 앞두고 다 같이 달라붙어서 전시 준비를 할 때 원피스에 구두를 신고 온 여자 큐레이터를 보고 뜨악 했던 점이 한 두번이 아니었던 기억 때문이죠. ㅎㅎ

2. 만년 유망직종, 큐레이터?

그리고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드는 소회, 갤러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아트페어 준비 등에 대한 부분에서는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래도 큐레이터를 정말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저는 친구들을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큐레이터는 10년째 유망직종이기만 해. 맨날 유망하대." 이 말은 즉 분명 유망직종이긴 하지만 좀처럼 여건이 나아지기는 힘든 현실 때문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만큼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앞으로 한 가정을 꾸려나가야하는 20대에게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화 선진국으로 가면 갈수록 분명 대우가 달라질 직업인 것은 분명한데 말이죠. 실제로 미국처럼 미술시장이 엄청나게 큰 나라의 큐레이터들은 오로지 전시기획(스폰서 확보를 포함) 능력에 따라 연봉 차이가 천지차이라고 합니다. 즉 큐레이터 세계에서도 스타가 존재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꼭 스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삶을 영위할 수준은 된다고 합니다. 그 나라의 경제 사정에 아주 민감한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예술계통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3.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소위 '자기 집 마련'보다 '내 꿈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고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예술을 항상 가까이에서 접하며 내면의 성숙도 이룰 수 있고, 월급도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되는 큐레이터가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비록 이 책이 갤러리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전시를 준비하고 그 속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는 박물관, 미술관 학예사와 크게 다를 바 없으니 큐레이터의 삶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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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뜨

현재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사, 전시 등을 쉽게 소개하는 아트앤팁닷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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